이자규 시인 / 만개
배추 단을 다 팔고 난 소쿠리에 가벼움 속 새벽 선창가 고함지른 경매 후에 먹는 선짓국 엄마 배 속에서 갓 나온 신생아의 첫 울음
사지 장애인의 구필 그림 완성 후에 미소 실수와 실수를 뛰어넘은 악수의 체온
그 어떤 꽃들보다 훨씬 경이로운 시간 가장 부유한 웃음꽃 피웠을 때 비로소 다가오는 사람의 노래는 어디서 오는가.
-시집 『돌과 나비』 (서정시학2015)
이자규 시인 / 연꽃
평생 진흙에 발 담그고 살아야하는 여자 벼랑 아래 캄캄한 수렁바닥 꽹과리와 징소리로 보들보들한 등짝을 밀면 밥이 한 소쿠리다 마디마디 추락하는 생의 뒤에서 떠오르는 별의 색깔은 어디서 오는지 방죽 옆구리 이름없이 피고지는 소문을 이고 아이들이 커나간다 집성촌 새 호적에 실낱 뿌리를 묻고 귀 열어보면 마지막 무대처럼 꽃이 지는 황혼녘 바람이 물 위로 고요하다 연잎 위의 개구리, 누구를 찾아 헤매는지 물이 잡고 있는 몸의 깊이 만큼 흔들려서 젖은 꿈 옮겨나가 연분홍으로 필 물관 통신의 여자 바르르 엄지발가락이 돋보인다
-2014 하반기 '서정과 현실' 23호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윤관영 시인 / 풍경 4 외 1편 (0) | 2023.01.12 |
---|---|
이용임 시인 / 산책 외 1편 (0) | 2023.01.12 |
김은자 시인 / 귀 먼자(KIMEUNJA) 외 1편 (0) | 2023.01.12 |
조향옥 시인 / 말발굽 소리 외 5편 (0) | 2023.01.12 |
손은주 시인 / 붉은점모시나비 외 6편 (0) | 2023.0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