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관영 시인 / 풍경 4
돌무덤에는 청사들이 우글거렸다 찔레꽃이 껌딱지처럼 흔들거렸다 그랬다 미루나무가 검어진 여러 달토록 리어카 끌고 간 여인은 돌아오지 않았다 빨랫줄에는 국숫발이 흔들거렸고 우물 펌프는 쥐 소리를 냈다 그랬다 큰 남아가 계집애를 업고 미루나무를 바라보았다 찔레꽃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판의 메밀묵은 손등처럼 터져 있었다 버력더미는 뱀들로 들썩거렸다 지구 팽이는 돌아도 제자리에서 돌았다 루핑 지붕에서는 초콜릿 같은 빗방울이 떨어졌다 그랬고 그랬다 그랬다 소문은 국숫발처럼 휘날렸고 쌓인 연탄은 젖어 무너졌고 미루나무는 달빛에 검었고 찔레순 같은 계집애는 등에서 뱀 울음 소리를 냈고 그랬다 思春期(사춘기) 이명, 기저귀 날리듯 국숫발 날리는 여인이 아직인, 맨대가리 기계충 같은, 찔레꽃 핀 날이었다
윤관영 시인 / 소리의 마음
부엌에 든 후, 듣는 귀가 생겼다 도마질에 섞인 소리
칼질을 조심하게 되었다 어미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
묻어두는 마음 말리는 마음
마음은 시 때에 따라 홍당무 같기도 하고 오이 같기도 하고 고추 같기도 하였다
물러지는 마음을 눌러, 얼려두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급속, 해동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부엌칼의 고저장단을 알아먹게 되었다 살수가 서푼의 힘을 숨기듯, 상한 자리
쟁여두는 기다림을 알게 되었다 맛, 그 괴물과 대적하면서
알게 되었다 얼릴 수도 없는 마음을 간이 배어들고 있는 식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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