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선 시인 / 날마다가 봄날
돋아나는 새풀에게 길가에 핀 민들레에게 마냥 웃음 흘리고 다녀도 실없다 하지 않고 품어주는
귀 맑은 햇살이랑 세상에서 가장 청맑고 빛나는 웃음소리
평생 퍼낼 수 있는 종신보험통장에 저축해 놓았다
세상에서 제일가는 부자 날마다 봄날
그냥 실실 그냥 빙그레 그냥 활짝, 웃음이 나오는 날마다 봄날
이혜선 시인 / 간장사리
시어머니 제사 파젯날 베란다 한 구석에 잊은 듯 서 있던 간장 항아리 모셔와 작은 단지에 옮겨 부었다 20년 다리 오그리고 있던 밑바닥을 주걱으로 긁어내리자 연갈색 사리들이 주르르 쏟아진다 툇마루로도 없는 영주땅 우수골 낮은 지붕 아래 허리 구부리고 날마다 이고 나르던 체수 작은 몸피보다 더 큰 꽃숭어리들 알알이 갈색 씨앗 영글어 환한 몸 사리로 누우셨구나 내외간 살다 보먼 궂은 날도 있것제 묵은 정을 햇볕삼아 말려가며 살아라 담 너머 이웃집 보먼 연기도 더러 챙기며 묵을수록 약이 되는 사리 하나 품고 살거라 먼 길 행사 가는 짚신발 행여나 즌데를 디디올셰라 명일동 안산에 달하 노피곰 돋아서 어그야 멀리곰 비추고 있구나* 이승 저승 가시울 넘어 맨발로 달려오신 어머니의 간장사리 * 백제가요 '정읍사'에서 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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