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경 시인 / 거리에 대해
아파트 화단을 지날 때 은은한 꽃향기가 났다 둘레둘레 살피던 남편이 화단 쪽 꽃을 보더니 다가가 코를 대고 냄새를 맡는다
너무 독하네
쪼그려 앉아 나를 보는 남편 어린아이 같다 그도 저만큼에서 향기로운가
-시집 <노란 장미를 임신하다>
조문경 시인 / 낮에 본 모든 것을 잊으시라
조그마한 섬 붉게 물들다가 순식간
어두워질 때 낮에 본 모든 것을 잊으시라 황홀하게 물든다는 것은 오늘에 눈멀어 내일로 가는 제의(祭儀) 같은 것
삶이 삶을 건너는 매듭
어둠에 덮여서도 거대한 짐승처럼 파도는 출렁이고 내일로 가고 있다 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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