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고니 시인 / 아주 오래된 자작나무 아래
불꽃 속에서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는 자작나무는 얼마나 많은 눈물을 숨겨두고 살았을까 새들도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는데 나는 엄마를 부르며 운다 그러고 보니, 내 이름이 엄마였구나
어릴 적엔 자작나무의 몸은 수피가 벗겨진 벌거숭이라고 생각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못하고 맨발로 서 있는 나무 불꽃 속에서 뜨거워진 몸으로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는 나무 울음 속에 아주 오래된 글자를 새겨놓고 벌거벗은,
엄마의 마지막 숨결이 타오를 때 자작나무야, 하고 불렀다 맨발로 서 있던 고단한 다리를 눕히고 불꽃 속에서 내 이름을 불러주던 엄마 그러고 보니 내 이름도 자작나무였다
계간 『스토리문한, 2018 가을 겨울호 』,《문학공원》에서
<동시> 김고니 시인 / 발자국
새가 지나간 발자국은 하늘이 되고
아기가 지나간 발자국은 아침이 되고
바람이 지나간 발자국은 햇살이 된다
발자국이 길을 만든다
돌아보면, 나를 따라오는 발자국 내 발자국은 무엇이 될까?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병철 시인 / 겨울바람의 에튀드* 외 1편 (0) | 2023.02.04 |
---|---|
김길녀 시인 / 더러는, 외 1편 (0) | 2023.02.04 |
송과니 시인 / 대나무 영토 외 1편 (0) | 2023.02.04 |
휘민 시인 / 얼굴 외 2편 (0) | 2023.02.04 |
김경인 시인 / 청혼 (0) | 2023.0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