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향기 시인 / 불이不二(non-duality)
갓 지은 따끈한 밥을 푸고 날김 몇 장과 조기 한 마리 들고 마당 탁자에 앉았다
햇살과 인사하느라 잠시 한눈파는 사이에 김은 바람에 업혀 날아가고 조기는 고양이가 낼름했다
그래 바람은 바람 역할에 충실했고 고양이는 조기 냄새 마다하면 진짜 고양이가 아니지
나는 간장에 밥 비벼 맛있게 먹었다
윤향기 시인 / 엄나무 명상법
가시나무 아래 참깨 알갱이같이 아주 조용하게 앉아봐 숨쉬기와 성격은 하나야 태양이 그 빛으로부터 분리될 수 없는 것처럼 절대 순수에 홀로 서 보고 싶다면 시인의 이름을 아침마다 반복해 부르는 거야 그 소리와 음절에 깃든 신성이 너의 마음을 지나가는 순간, 너는 시를 느끼고 너는 한 편의 시로 태어나 너를 비추면서 함께 세상을 비출 거야 깊은 들숨과 날숨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동안 시신은 너의 이름을 반복하고 너는 참깨 알갱이 속에서 만난 우주와 나란히 앉아 그걸 듣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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