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규 시인 / 유월流月
하늘을 보며 그늘을 만진다 당신이 멀리 있어 그리움이 흐른다
보여주고 싶지 않은 마음 그늘 아래 묻어 두고 유월을 걷습니다
푸른 잎들이 만들어 놓은 그리움의 핏줄 당신에게 흘러 갑니다
당신 만나고 돌아오는 바람에게 손을 뻗어 봅니다 아무도 모르게 미소 짓는 유월
이복규 시인 / 백제는 쓸쓸하다
하루 종일 컴퓨터 바둑이 유일한 낙인 여든이 넘으신 장인 여든이 넘었다는 말에는 언제나 죽음의 냄새가 난다 중학교 수학여행 때 처음 들어갔던 백제 무녕왕릉은 죽음의 무섭고도 화려한 빛이 가슴을 찔렀다 부여가 고향인 장인어른의 바둑판에는 언제나 마지막일지 모르는 사석이 누워있다 폐렴이 스치고 간 장인의 깊은 기침소리는 백제의 쓸쓸함이 담겨 있다 장인의 눈빛에는 인생의 무의미함이 언제나 있었지만 결코 나에게 말씀하시지 않았다 장모님은 언제나 기도로 그 답을 대신했다 추풍령 처갓집을 다녀오는 날은 어김없이 바람이 따라와 등을 돌렸다 불을 끄고 누우면 아내의 깊은 숨소리가 들려왔다 강물은 스스로 깊어지고 나무는 스스로 꽃을 피운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 있는 봄 그림자가 우리 언저리에서 행복이 불행을 불행이 행복을 거울처럼 비추고 있었다 그러다가 또 꽃봉오리가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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