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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미정 시인 / 얼음들

by 파스칼바이런 2023. 2. 7.

김미정 시인 / 얼음들

 

 

 세상 모든 비밀은 미끄럽지

 

 순간이 녹으면 서로를 기억할까

 

 일상은 늘 영하

 

 언제부턴가 쓸쓸하고 사소한 이유가 추워졌어 대화에 입김이 서리고 얼어붙은 감정이 모여들어 여전히 기침이 멈추지 않네

 

 그림자들은 마주 보고 옷을 벗기고

 빛을 앓는 시간이야

 

 손가락 끝으로 빠져나가는 온기들

 

 네가 사준 외투는 이따금 따뜻했어 그래도 장갑 낀 손안에 모두를 재울 순 없지 빙하에 올라타는 꿈이었나 헐벗은 나뭇가지가 떠다니고

 금이 간 새들이 멀어져가

 

 누군가의 뒷모습을 배경으로

 알몸의 계절이 빛나고 있었다

 

 투명하거나 검은

 

-반년간지 『상상인』 2022년 상반기호 발표

 

 


 

김미정 시인

2002년 《현대시》를 통해 등단. 2009년 《시와 세계》 여름호 평론 당선. 시집으로 『하드와 아이스크림』(시와세계, 2012)과 『물고기 신발』(천년의시작, 2019)이 있음. 2012년 제3회 시와세계작품상 수상. 웹진 『시인광장』 편집위원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