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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수익 시인 / 초상화 시리즈

by 파스칼바이런 2023. 2. 7.

이수익 시인 / 초상화 시리즈

 

 

당신은 그렇다

음습한 곳을 좋아하는

선명한 자리를 기피하는

그런 당신은

축축하고 습기 찬 어두운 자리를 구애하듯 즐기는

그래서 따지고 보면

제법 위험한 요소를 품고 분쟁주의자로서의

아슬아슬한 기회를 누리고 있는

당신에게는

가득한 절망이 최고의 묘수

달아나라, 달아나라, 한참 멀리 달아나라,

격리된 공간에서

반짝 눈을 뜨는

당신은

체질적 반항아,

저주의 밤은 깊고 또한 완강하므로

혼자만이 품는 그윽한 환희여

차갑고 서러운 그대 당신의

고통이여

 

계간 『시산맥』 2022 겨울호 발표

 

 


 

이수익 시인

1942년 경남 함안에서 출생. 서울대학교 영어교육과 졸업. 196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야간 열차』 『슬픔의 핵(核)』 『단순한 기쁨』 『그리고 너를 위하여』 『아득한 봄』 『푸른 추억의 빵』 『눈부신 마음으로 사랑했던』 등이 있음. KBS에서 프로듀서로 활동, 라디오 부국장 역임. 한국시인협회상, 대한민국문학상, 현대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 공초문학상, 육사시문학상. 이형기문학상 수상. 협성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