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운 시인 / 라훌라
라훌라! 네 콧수염에서 노랫소리가 들려, 뿌연 언덕은 흘러내리고 어제 읽었던 풍경이 떠나고 라훌라! 소떼를 본다 지붕 위에 앉아 지나가는 연기가 되어 천 번의 계절이 지나가는 옥상이야, 아홉 살 소년이 지나가며 손을 흔들었지 얼굴이 지워진 염소의 수염 에서 나뭇가지가 걸어오네 보이지 않는 신발, 라훌라 너를 재우고 우리 먼 길을 가자 수면이 차오른다 오지 않는 밤을 깨우며 의식을 폭식하면서 늙어가는 라훌라! 잡을 수 없는 라훌라! 종이 봉지를 통과하는
나는 내가 아니고 네가 아닌 것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단다 라훌라! 꿈꾸고 있니? 냄새가 오지 않아, 어둠은 핏빛으로 피어나고 너는 아픈 경전이고 바람 이 지나간 늪이야 끝나지 않는 기둥이야, 라훌라! 눈 뜨지 마라 멈추지 마라 라훌라! 작은 환승으로,
도움이 필요해 아기들이 잠들어 있단다 당나귀처럼 걸어가는 라훌라야 늑대의 귀로 여긴 밤이야 물이야 손가락이 없는 나라, 알고 있니? 종소리처럼 아픈, 정신 병동 라훌라야 저것 봐, 흰 활주로가 열리고 있잖니
-제12회 이상시문학상 수상작품 중 한 편
홍재운 시인 / 밀서
대화를 나누었다 깜빡 눈이 아픈 날 새들은 날아가는 중이라고 나는 테이블에 앉아있었다 말랑하게 부푼 빵을 펼치고 있었다 의자가 사라지면 사라진 잠이나 이상한 노래 같은 "누가 내 문에 종 을 달아요" 바닥이 보일까 벽 너머 벽으로 타오른 그 밤에서 "잘 될 거야 잘할 거야" 깡통처럼 울렸다 나는 들리지 않는 사람을 열고 흩어지는 소리를 따라가고 있었다
종이었다 국화꽃이었다
도로엔 터진 글자들이 다른 문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페이지를 열고
그날 눈부신 역광이었다가 그날 읽을 수 없는 겨울이 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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