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호 시인 / 아버지의 이
뿌리 드러낸 고목처럼 하나 남은 아버지의 이, 우리 가족이 씹지 못할 것을 씹어주고 호두알처럼 딱딱한 생 씹어 삼키기도 했던 썩은 이 하나가 아직도 씹을 무엇이 있는지 정신을 놓아버린 채 잠 속에서도 쓸쓸하게 버티고 있는가
- 시집 『잘못 든 새가 길을 낸다』
강경호 시인 / 눈
눈이 부드럽다고 눈이 포근하다고
처음에는 그랬지 짓밟지 마라
저 빛나는 殺意 너를 쓰러뜨리리라.
-시집 『잘못 든 새가 길을 낸다』
강경호 시인 / 마침내 사람이 되었다
영신당靈神堂 이사간 마당 한켠 비에 젖은 부처님 하나 가느다란 미소 짓고 있다 대웅전 높이 앉아있던 존귀한 몸이 오늘은 옆구리가 찢겨진 채 쓰레기장에 버려져 있다 부처님은 버림받을 줄 몰랐는데 부처님에 대한 관념을 부수기라도 하려는 듯 찢겨진 부처님 몸속으로 새들이 스스럼없이 비를 피한다 높고 고고한 지존의 자리에서 내려와 마침내 사람이 되었다 철없는 나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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