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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장유니 시인 / 첫눈, 스발바르에서

by 파스칼바이런 2023. 2. 9.

장유니 시인 / 첫눈, 스발바르에서

 

양치기 소년의 눈썹에 떠돌던 말들이 흩어지고

시계는 제각기 다른 시각에

멈춰 섰다

 

괄호 안에 갇혀있던 점, 점, 점

얼어붙은 말들이 마른 귀를 노크하고 일각수처럼

박차를 가해

더 높이, 더 깊이

 

끓었던 마음이 휘파람 소리로 떨어지는 게

첫눈 내리는 소리라지

 

하늘로 올라간 풍등을 쫓아 뿔 달린

오토바이가 질주한다

길을 지우고

홀연히

너는 없다

 

눈 쌓인 툰드라별꽃이 천 갈래 바늘로 죽었을 지도 모를

하늘을 향해 별을 쏟는다

 

계절이 없는 계절

 

백기를 든 스발바르에 매일매일

첫눈이 내린다

 

웹진 『시인광장』 2022년 12월호 발표​

 

 


 

장유니 시인

연세대 불어불문학과 학사 및 미국 펜실바니아주립대 석사 졸업. 2019년 계간 《시와 표현》으로 등단. 중앙대 및 서울교대 등의 대학에서 영어 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