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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진갑 시인 / 나는 별이었다

by 파스칼바이런 2023. 2. 9.

김진갑 시인 / 나는 별이었다

 

 

부모님은 기억에 없다 달밤인지 환한 대낮인지 모른다

얼마나 오래인지는 모르지만 밤에 살았다

잠시 살았다고 생각했다

2017년까지 밤에서 죽 살았던 모양이다

2017년 동안 배운 모든 것

소주 뚜껑도 딸 줄 알고

막걸리 뚜껑을 따는 일은 조금 어렵지만 가능하다

 

사랑은 곧 달빛 드는 학교에서 배우려고 한다

어떤 문제들이 출제되고 어떤 답을 쓸지는 모른다

바닷가 흰 포말 수만큼의 문제를 내면

약을 만들어 한주먹 움켜쥐고 먹을 것이다

내가 아주 똑똑하다면 설거지를 하고 세탁기를 돌려

검은 옷을 널어놓을 것이다

세수를 하고 머리를 말린 후 향기를 맡을 것이다

 

까만 옷만 입고 다니면 밤은 깨끗하다

달이 검은 옷을 입고 있다

​-작은 시집 『나는 별이었다』

 

 


 

김진갑 시인

2003년 《시를사랑하는사람들》로 등단. 작은시집 『나는 별이었다』. 현재 〈빈터〉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