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갑 시인 / 나는 별이었다
부모님은 기억에 없다 달밤인지 환한 대낮인지 모른다 얼마나 오래인지는 모르지만 밤에 살았다 잠시 살았다고 생각했다 2017년까지 밤에서 죽 살았던 모양이다 2017년 동안 배운 모든 것 소주 뚜껑도 딸 줄 알고 막걸리 뚜껑을 따는 일은 조금 어렵지만 가능하다
사랑은 곧 달빛 드는 학교에서 배우려고 한다 어떤 문제들이 출제되고 어떤 답을 쓸지는 모른다 바닷가 흰 포말 수만큼의 문제를 내면 약을 만들어 한주먹 움켜쥐고 먹을 것이다 내가 아주 똑똑하다면 설거지를 하고 세탁기를 돌려 검은 옷을 널어놓을 것이다 세수를 하고 머리를 말린 후 향기를 맡을 것이다
까만 옷만 입고 다니면 밤은 깨끗하다 달이 검은 옷을 입고 있다 -작은 시집 『나는 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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