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니 시인 / 첫눈, 스발바르에서
양치기 소년의 눈썹에 떠돌던 말들이 흩어지고 시계는 제각기 다른 시각에 멈춰 섰다
괄호 안에 갇혀있던 점, 점, 점 얼어붙은 말들이 마른 귀를 노크하고 일각수처럼 박차를 가해 더 높이, 더 깊이
끓었던 마음이 휘파람 소리로 떨어지는 게 첫눈 내리는 소리라지
하늘로 올라간 풍등을 쫓아 뿔 달린 오토바이가 질주한다 길을 지우고 홀연히 너는 없다
눈 쌓인 툰드라별꽃이 천 갈래 바늘로 죽었을 지도 모를 하늘을 향해 별을 쏟는다
계절이 없는 계절
백기를 든 스발바르에 매일매일 첫눈이 내린다
웹진 『시인광장』 2022년 1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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