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호 시인 / 물결을 읽다
어시장 뒷골목의 기억은 파랑이다 바다가 심장을 통째로 내어놓은 듯 난전에 퍼질러 앉은 저 장엄한 주검이여
장황한 설명이나 단출한 부연 없이 물결처럼 그어지는 운명을 받아 든다 파도가 가르쳐 주던 거스름의 무늬를
꿈과 이상은 미완의 섬, 현저한 온도차 제 삶에 일어나는 파문을 다독이며 조각난 물빛 삼키듯 처분만 기다리네
언젠가 푸르던 그 바다로 돌아가면 배 밑에서 춤추며 퍼덕이던 날개 접고 통통배 갯배 머리에 장승처럼 서리라
김재호 시인 / 엄마의 강
다 퍼주고 빈 쭉정이만 남아 훅, 불면 날아갈까 허, 허, 수세미 같은 세월 언제까지 이 땅에 발 딛고 있을까 한 짐 지고 땅만 보며 가는 부지깽이 같이 검게 그을린 삶이여 단 한순간인들 자신을 위해 살았던가 태산 같던 등 반으로 접은 채 자꾸 땅과 가까워지는데 언제 한번 연지곤지 곱게 찍어 바르고 마실 나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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