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서 시인 / 나는 커서
나는 커서 눈 밑의 반점 나는 커서 선물 상자 나는 커서 빨강 머리 소녀
나는 커서 잠이 깼을 때 나는 커서 죽은 지 6년 된 굴참나무 나는 커서 밑동에서 자라난 독버섯 나는 커서 방문을 열고 나갔지
나는 커서 깜빡거리는 별똥별 나는 커서 피아노 나는 커서 외발 당나귀와 길을 걸었지
나는 커서 눈을 감고 생각했지 나는 커서 까만 털에 붙어사는 이상한 벌레 나는 커서 초가 꽂혀 있는 조그만 케이크 나는 커서 천 번도 넘게 맞춰본 퍼즐 나는 커서 참 재미있었지
나는 커서 알게 되었지 나는 커서 사라진 토끼
-시집 <나는 커서> 2015. 문학동네
<동시> 김현서 시인 / 거짓말은
커다란 배낭에 돌멩이를 하나씩 하나씩 넣으며 캄캄한 동굴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거야
<동시> 김현서 시인 / 엄마와 나
칼은 연필을 매일 깍아 놓지만 연필은 자꾸 부러진다
<동시> 김현서 시인 / 하마똥
하마가 똥을 눈다 똥이 나올 때마다 꼬리를 마구 흔든다
푸다다 퍽퍼버벅 사방으로 똥이 튄다
똥이 튄 만큼 다 하마 땅이다
<동시> 김현서 시인 / 잠자는 색깔
밤이 되면 색깔들도 잠을 자 소방차 빨간색도 은행나무 노란색도 가을 하늘 파란색도 밤이 되면 모두 잠을 자 자면서 꿈을 꿔 새들이 잠자는 것처럼 나무들이 잠자는 것처럼 물고기들이 잠자는 것처럼 밤이 되면 색깔들도 쉬어야지 그래서 밤이 까만 거야
<동시> 김현서 시인 / 30cm자보다 긴 것
줄넘기 기차 도로 수업시간 엄마의 잔소리 개구리의 겨울잠 그리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내 생각
-동시집 <수탉 몬다의 여행> 2019.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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