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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재호 시인 / 물결을 읽다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2. 10.

김재호 시인 / 물결을 읽다

 

 

어시장 뒷골목의 기억은 파랑이다

바다가 심장을 통째로 내어놓은 듯

난전에 퍼질러 앉은 저 장엄한 주검이여

 

장황한 설명이나 단출한 부연 없이

물결처럼 그어지는 운명을 받아 든다

파도가 가르쳐 주던 거스름의 무늬를

 

꿈과 이상은 미완의 섬, 현저한 온도차

제 삶에 일어나는 파문을 다독이며

조각난 물빛 삼키듯 처분만 기다리네

 

언젠가 푸르던 그 바다로 돌아가면

배 밑에서 춤추며 퍼덕이던 날개 접고

통통배 갯배 머리에 장승처럼 서리라

 

 


 

 

김재호 시인 / 엄마의 강

 

 

다 퍼주고

빈 쭉정이만 남아

훅, 불면 날아갈까

허, 허, 수세미 같은 세월

언제까지 이 땅에 발 딛고 있을까

한 짐 지고 땅만 보며 가는

부지깽이 같이

검게 그을린 삶이여

단 한순간인들

자신을 위해 살았던가

태산 같던 등

반으로 접은 채

자꾸 땅과 가까워지는데

언제 한번

연지곤지 곱게 찍어 바르고

마실 나설까.

 

 


 

김재호 시인

1961년 경북 포항에서 출생. 2016년 월간 《창조문예》로 등단. 한하운(하운) 문학상, 순암 안정복 문학상, 강원경제신문 코벤트 문학상 수상. 《창조문예》 시. 《영남문학》 시,시조. 《아람문학》 동시. 《현대시선 》시. 창조문예 동인, 영남문학, 예술인협회, 아람문인협회, 경북문인협회, 포항문인협회, 저서(e-북) <그대 창가에 머물다> <내 마음의 창> 현대제철주식회사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