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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강문숙 시인 / 공부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2. 11.

강문숙 시인 / 공부

 

 

한 그루 나무가 숲의 시작이듯

한 걸음 발자국이 세상 모든 여행의 시작이듯

그 한 번의 눈빛이 사랑이었다

 

단 하나의 오롯함이 결코 하찮은 일이 아니라는 것

살아 보면,

슬퍼 보면,

아파 보면,

 

한순간이 일생을 집약한다는

단 한 번뿐인 인생

그 최선의 언어는 침묵이라는

이 나이에 겨우 알 것도 같은 제일 큰 공부였다

 

공부란, 배워서 익히는 기특한 게 아니라

도끼 구멍 속에서 두려움에 떨던 내 몸

스스로 베어 가며 겨우 깨달아 가는 공부銎斧 아닌가

 

-시집  『나비, 참을 수 없이 무거운』

 

 


 

 

강문숙 시인 / 눈 나라 통신 3

 

 

종일 달려와서 멈춘 곳, 알고보니

내 떠나온 곳 아니겠습니까

 

이제 다 왔다는 것인지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것인지

 

거슬러 올라가는 눈발

몰리다가 끝내 공중에 떠 있는

 

숲, 경계선을 허물며 먼데서

들판이 하얀 쌀밥을 퍼 담고 있습니다

 

 


 

강문숙 시인

1955년 경북 안동에서 출생. 1991년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과 1993년 《작가세계》를 통해 등단. 시집으로  『잠그는 것들의 방향은?』 『탁자 위의 사막』 『따뜻한 종이컵』 『신비한 저녁이 오다』 『보고 싶다』 『나비, 참을 수 없이 무거운』 등이 있음. 대구 문학상, 대구시인협회상 등 수상. 현재 <시. 열림> 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