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온리 시인 / 스포일러
푸른 은하수가 출렁거리자, 어제 꾸던 꿈이 계속되었다
이름을 지웠던 마음들이 첫 마음처럼 이름을 꺼내 흔들었다
굴절하다가 회절하다가 직진으로 달려드는 목소리처럼 웃자란 이름 하나, 하나의 얼굴로 완성되었다
우리는 지금 흘러가는가 서로를 횡단하는가 차라리 예뻐지는 중인가
눈에서 함성으로 박수에서 심장으로
자주 울던 너는 폭우에도 울지 않았고 비상구 앞의 나는 굿 애프터눈, 굿 이브닝, 굿 나이트*
우산을 우주라고 믿는 사람들이 빗속을 걸어갔다
올림픽공원역 스크린도어 앞 온통 파랗게 물든 내가 서 있었다 누구의 귓바퀴라도 물들이고 싶은 잘 짜인 밤이었다
*영화 『트루먼 쇼』의 대사 웹진 『시인광장』 2022년 1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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