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숙 시인 / 공부
한 그루 나무가 숲의 시작이듯 한 걸음 발자국이 세상 모든 여행의 시작이듯 그 한 번의 눈빛이 사랑이었다
단 하나의 오롯함이 결코 하찮은 일이 아니라는 것 살아 보면, 슬퍼 보면, 아파 보면,
한순간이 일생을 집약한다는 단 한 번뿐인 인생 그 최선의 언어는 침묵이라는 이 나이에 겨우 알 것도 같은 제일 큰 공부였다
공부란, 배워서 익히는 기특한 게 아니라 도끼 구멍 속에서 두려움에 떨던 내 몸 스스로 베어 가며 겨우 깨달아 가는 공부銎斧 아닌가
-시집 『나비, 참을 수 없이 무거운』
강문숙 시인 / 눈 나라 통신 3
종일 달려와서 멈춘 곳, 알고보니 내 떠나온 곳 아니겠습니까
이제 다 왔다는 것인지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것인지
거슬러 올라가는 눈발 몰리다가 끝내 공중에 떠 있는
숲, 경계선을 허물며 먼데서 들판이 하얀 쌀밥을 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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