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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분홍 시인 / 매립지에 갇히다

by 파스칼바이런 2023. 2. 12.

김분홍 시인 / 매립지에 갇히다

 

 

밤의 쇄골에 반입된 감정엔 우발적 이별이 섞여있어요

분리되지 못한 마음이 종량제 봉투에 버려졌어요

 

먼지는 띄어쓰기 없는 오감도

최선을 다해 튀어 올랐지만

불시착한 곳은 막다른 골목이죠

깨진 거울이 삼켜버린 풍경을 뱉어내고 있는데

 

과적을 실어 나르는 골목은

과부하를 주체하지 못해 고장 난 신호등

조사가 빠진 소음은 신호가 바뀌지 않더라도

암암리에 목적지를 변경해요

 

재활용되지 않는 먹구름은 도미노처럼 스치기만 해도

비바람을 몰고 와요

돌변한 날씨는 눈물을 흘리기에 최적의 시기

입구는 있지만 출구가 없는 골목에서

비명이 쏟아져요

부메랑의 징후를 감지하지 못한 악취가 소문을 부추겨요

 

썩지 못하는 슬픔에

국화꽃이 주석으로 달려 있으니

꼬여 있는 골목을 직선으로 펼쳐 봐요

​​

웹진 『시인광장』 2022년 12월호 발표​

 


 

김분홍 시인

​1963년 충남 천안에서 출생. 본명 김미자. 명지전문대 문예창작과, 한국방송통신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예창작 전문가과정 수료. 2015년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 2019년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수혜. 현재 웹진 『시인광장』 편집위윈 역임. 시집 『눈 속에 꽃나무를 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