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연 시인(안양) / 마취 없이 시간이 바느질된다
시계의 초침소리가 심장을 바느질한다 채칵채칵, 채칵거리면서 살고 있었다 명쾌한 시침과 초침소리의 안을 들여다보면 채칵채칵, 맞물리는 뾰족한 간격들, 진자처럼 정확하다 시계 안쪽은 검게 비어 있다 일상의 톱니와 톱니를 맞물고 가는 보이지 않는 시간들
멈출 순 없는 걸까 이를 악문다 힘을 줄수록 더 결사적으로 맞물리는, 어둠 속에 흰 치아처럼 도드라지는 톱니들 톱니에 끌려 들어가는 어둠 바둥거린다 빈 어둠은 톱날에 우심방, 좌심방으로 잘린다 잘린 심장을 꿰어 맞추려는 듯 시간은 재봉틀 발판을 필사적으로 구르고...구를수록 촘촘하게 심장이 마취 없이 바느질된다 채칵채칵 채칵채칵 바늘 지나가는 소리, 심장 한 쪽에 어둠을 닮은 당신이 있다 당신은 留保(유보)라는 우심방에서 마취 없이 바느질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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