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경효 시인 / 사랑에 대한 반성
이제 사랑이라는 말을 하지 않겠다 그리운 이름 하나쯤 지워져도 좋겠다 상처를 들여다보며 아파했던 날들을 하마터면 사랑이라 부를 뻔했다 사랑의 무게가 이리 가벼운 것을 눈물 흘리며 견딘 시간이 잠시 지나가는 한 줄기 소나기였음을 겨울처럼 차갑지만 가끔은 따뜻한 사랑이여 다시는 내게 오지 말기를 아름답고 찬란한 그 폐허, 이제는 견딜 수 없으니
-시집 <사랑에 대한 반성>에서
곽경효 시인 / 독기라는 말
요즘 내가 너무 느슨해졌다고 자책을 하다가 문득 독기를 품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독기! 독기! 라고 말하다 보니 도끼라는 말로 들린다 정신을 세우는 것과 몸의 날을 세우는 것이 결국 같다는 것 방심하고 있는 사이 옆구리를 찍힌 적이 있다 아무리 절박한 순간이 오더라도 더 이상 옆구리를 내주지 않으리 쌩쌩한 정신줄 아직 놓지 않았다는 것 한 번쯤은 보여주마 독기를 품었다는 말, 생각해보니 고요한 순간에 가장 절실한 몸짓으로 누군가에게 간절히 가닿고 싶다는 것 당신 가슴에 뜨겁게 내려 찍히기 위해 자, 이제 다시 날을 갈아야 할 시간이다 -시집 <사랑에 대한 반성>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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