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호 시인 / 문고리가 걸린다
문고리가 눈에 걸린다 둔탁한 서랍장에 박힌 금속 덩어리 유두처럼 튀어나온 그것이 자꾸 눈에 걸린다 티비보다 걸리고 화장실 가다 채이고 로션 바르다 걸린다 무거운 덩어리를 채워 달라는 듯 문고리에 맺힌 조명이 걸린다 켜켜이 쌓인 욕망은 서랍처럼 빼곡하고 깊이만큼 두껍다
공간이 비좁다 채우고 채워도 채워지지 않고 빠지는 공간만큼 문고리는 빠지지 않는다 깊이 박힌다 더 깊이 박혀서 빠지지 않는 문고리가 눈에 걸린다 문고리가 걸려 열고 문고리가 걸려 채운다 문고리가 무겁다
-시집 <똑바로 가기 위해 왔다 갔다 했어>
박진호 시인 / 다시 다시 다시 다시 다시
흔들린다 오뚝이처럼 이리 갔다 저리 갔다 똑바로 서 있지 못하고 눕지도 못하는 오뚝이처럼 조그만 힘에도 갸우뚱대다가 하루가 다 갔다
중심을 지키지 못하고 한쪽으로 기울지 못하고 쉽게 동요되고 흔들리고 뱅뱅 돌고 서고 흔들리고 뱅뱅 돌고 선다 다시,
먼지 쌓인 밤 아무도 없는 시간에만 바닥에 고정됐다 툭 치면 쓰러지는 다짐들을 세웠다 오직 침묵만이 다시 다시 다시 다시 다시 세웠다
-시집 <똑바로 가기 위해 왔다 갔다 했어>
박진호 시인 / 무엇일까 4(What is it 4)
비틀거리며 어우러지는 아릿한
사랑과 우정 귀 기울이고 비우고 여는
그러니 우리다 긴장 아닌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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