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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박진호 시인 / 문고리가 걸린다 외 2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2. 20.

박진호 시인 / 문고리가 걸린다

 

 

문고리가 눈에 걸린다

둔탁한 서랍장에 박힌 금속 덩어리

유두처럼 튀어나온 그것이 자꾸 눈에 걸린다

티비보다 걸리고

화장실 가다 채이고

로션 바르다 걸린다

무거운 덩어리를 채워 달라는 듯

문고리에 맺힌 조명이 걸린다

켜켜이 쌓인 욕망은

서랍처럼 빼곡하고

깊이만큼 두껍다

 

공간이 비좁다

채우고 채워도 채워지지 않고

빠지는 공간만큼

문고리는 빠지지 않는다

깊이 박힌다

더 깊이 박혀서 빠지지 않는

문고리가 눈에 걸린다

문고리가 걸려 열고

문고리가 걸려 채운다

문고리가 무겁다

 

-시집 <똑바로 가기 위해 왔다 갔다 했어>

 

 


 

 

박진호 시인 / 다시 다시 다시 다시 다시

 

 

흔들린다 오뚝이처럼

이리 갔다 저리 갔다

똑바로 서 있지 못하고 눕지도 못하는

오뚝이처럼

조그만 힘에도 갸우뚱대다가 하루가 다 갔다

 

중심을 지키지 못하고

한쪽으로 기울지 못하고

쉽게 동요되고

흔들리고 뱅뱅 돌고

서고

흔들리고 뱅뱅 돌고

선다 다시,

 

먼지 쌓인 밤

아무도 없는 시간에만 바닥에 고정됐다

툭 치면 쓰러지는 다짐들을 세웠다

오직 침묵만이

다시 다시 다시 다시 다시

세웠다

 

-시집 <똑바로 가기 위해 왔다 갔다 했어>

 

 


 

 

박진호 시인 / 무엇일까 4(What is it 4)

 

 

비틀거리며

어우러지는

아릿한

 

사랑과 우정

귀 기울이고

비우고 여는

 

그러니 우리다

긴장 아닌

웃음

 

 


 

박진호 시인

2011년 계간 <문파문학> 20호 시 부문 신인상에 당선되어 시인으로 등단한 그는 문파문인협회, 한국문인협회, 한국문인협회 성남 지부, 동국문학회, 한국가톨릭문인회, 국제 펜클럽 한국 본부,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이며, 또한 한국가톨릭문인회 간사다. 시집: <함께하는> <똑바로 가기 위해 왔다 갔다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