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철 시인 / 그리고
오랜 세월 속에서 뇌이던 이름 인가 나도 몰래 불러보는 당신에 이름 그리고 말 못하는 사연은 나 혼자 그리다가 넘쳐흐르면 언젠가 어딘가에 이 마음 모두를 보여 주리 그리고 사랑과 행복 언제나 함께하리.
신민철 시인 / 새 헤는 저녁
하루를 떠나보내는 석양은 하늘에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석양 속의 새들을 다 헬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새를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새가 자유롭운 까닭이요 아직 그 새가 전부가 아닌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 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새 하나에 이상과 새 하나에 자유와 새 하나에 신념과 새 하나에 동경과 새 하나에 시와 새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새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초등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충선, 용국, 익환, 이런 꿈꾸는 소년들의 이름과, 벌써 학교에 다니는 어린 사촌들의 이름과, 평범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고양이, 토끼, 참새, '이상', '윤동주' 이런 꿈꾸는 시인들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날고 있습니다. 새가 아스라이 멀리 날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바다건너 육지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새들이 나는 하늘 위에 내 이름자를 꿈꾸어 보고 하늘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석양이 지나고 나의 새에게도 황혼이 오면 검은 하늘 위에 파란 하늘이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하늘 우에도 자랑처럼 쪽빛이 가득할거외다.
-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 패러디시
윤동주 시인 / 별 헤는 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헬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 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우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거외다.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세룡 시인 / 주머니 외 1편 (0) | 2023.02.21 |
---|---|
홍지호 시인 / 유기 외 1편 (0) | 2023.02.21 |
정군수 시인 / 아버지의 지등(紙燈) 외 1편 (0) | 2023.02.21 |
전문영 시인 / 트램폴린 외 1편 (0) | 2023.02.21 |
박정석 시인 / 우기의 자화상 (0) | 2023.0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