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호 시인 / 유기
사랑스러운 강아지였겠지 누군가 버린 개는 기다리고 있었다
어떤 심정으로 시작되었을 아름다운 이야기는 그냥 그것에 관한 오래된 이야기가 되었고
아름다웠지
말할 때는 시제가 슬프게 느껴졌다
겨울인데도 비가 오는 날에 나는 너무 슬퍼져서 말해주고 말았다
돌아오지 않을 거야! 돌아오지 않으면서! 돌아오지 못한다고 할 거야!
말해준 것을 후회하지 않았고 기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어느 날 사랑스러운 개가
나도 알아 라고 말해주었다
겨울이었다
겨울이 오기 전에 먼저 떠나버린 친구들은 너도 어차피 떠날 거라고 말해주었다
더이상은 좋은 것을 찾으렴 너를 믿어주는 신은 있을 수도 있지만 없을 수도 있단다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믿었다 첫번째는 죽고 두번째는 죽지 않는 것 모두가 어차피
어차피라고 명명하는 겨울이 오고 있었고 좋은 것이 좋다고 믿는 사람들이 아름다워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따뜻하다고 믿어도 겨울은 추운 법 겨울이 말해주고 있었지만
비가 오지 않는 겨울인데도 비가 오는 날 어떤 심정으로
나는 중얼거렸다
나도 알아 나도 알아
겨울이 오면 버려야 하는 것을
겨울이라고 버릴 수 없었다
-시집 『사람이 기도를 울게 하는 순서』 중에서
홍지호 시인 / 참배
세상의 모든 기둥이 울고 있다
기둥은 감당하는 것
세상은 신전이었다
사람들은 계속 신전 기둥에 쓰여 있는 말씀들을 잘못 해석했으므로
항상 기뻐하라는 문장은 또한 잘못 해석되었으므로
슬픔 그것은 오래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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