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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권혁찬 시인 / 하얀 꽃 노란 꽃 외 3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2. 21.

권혁찬 시인 / 하얀 꽃 노란 꽃

 

 

꽃이 하얀 이유는

생각이 없기 때문일까

 

꽃이 노란 이유는

질투가 많아서 일까

 

꽃이 붉은 이유는

부끄럼을 많이 타서일까

 

꽃이 검은 이유는

비밀이 많아서 일까

 

그러나

초록의 꽃이 없는 이유는

그 모태가 초록이기 때문이다

 

총 천연색 꽃들도

본연을 잃지 않는데

사람의 색깔은 경계가 없다

 

제 자신을 희고 노랗다 아니하니

꽃보다 사람이 아쉬운 시간

 

오롯이 노랑이고 싶어라

 

 


 

 

권혁찬 시인 / 버들강아지

 

 

여기 인적 드문 갯가엔

자상하기 진배없는

짐승하나 살고 있다

부끄러워 갯가로 향한

부드러운 외투를

봄바람이 애써 벗겨내고 있다

 

봄 햇살 먹은 개울물의 콧노래가

수줍게 간질이던 오후에

잿빛 미소를 감추며

흔들리고 있는

숨소리 없이도 포근한 입김

귓가를 간질이며 속삭이고 있다

내 이름은 강아지

포근한 사랑의 전령사

버들강아지

이곳에 저 사람들

그곳의 어떤 이는

귀를 기울이고 있다

 

 


 

 

권혁찬 시인 / 우산

 

 

빗줄기 헤아리다 화석이 된

모진 뼛마디를 둥글게 동여 맨 대장군

 

 


 

 

권혁찬 시인 / 도란도란

 

 

너는 무슨 생각 중이니

노란 색연필로 동그라미를 그려

그럼 날개를 달아야지

아니 발가락부터 그려야 돼

아장아장 걸어 나가야 하거든

 

 


 

권혁찬 시인

1958년 안성 출생. 국립 한경대학교 졸업. 2010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바람의 길>. 경기문학 공로상, 평택예총 문학공로상 수상. 계간 『시산맥』 운영위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평택시문인협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