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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현 시인 / 은판사진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2. 21.

김현 시인 / 은판사진

 

 

그녀는 안개가 되어간다

 

배가 나오고

안개가 가득하다

 

그녀가 숨을 내쉴 때마다

안개가 흘러나와

 

나는 남길 게 아무것도 없어요

그녀가 넘게 될 사실은 안개에 사로잡히고

 

그녀의 긴 레이스는

안개의 형상을 하고 있다

 

노란 수선화와 금빛 하프와 흰 참새와 붉은 생선

 

그녀가 끌고 오는 것

그녀가 밀어내는 것

 

그녀는 젖은 채로

굳어간다

 

사라지듯이 나타나는

다게레오 타입의 안개

 

나타나듯이 사라지는

안개의 은촉

 

그녀는 벚나무 책상을 열고

영원 속으로 안개를 후 불어넣는다

 

천사들이 우리의 옆집을 빌리기 때문이다

 

 


 

 

김현 시인 / 봄 하루

 

 

바람에

흔들리던

매화 몇 송이

 

다음 생에 만나요

슬며시 가 버린다

 

그 생이

어디쯤이지?

바람이 뒤따라간다

 

-시집 <잠시, 천년이> 2010. 동학사

 

 


 

김현 시인

1980년 강원도 철원 출생, 2009년 <작가세계> 신인상으로 시 등단. 시집 『글로리 홀』 『입술을 열면』 『호 시절』. 산문집 『걱정 말고 다녀와』 『아무튼, 스웨터』 『질문 있습니다』. 등. 2018. 제36회 신동엽문학상 수상. 2006.~ 여성인권영화제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