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 시인 / 은판사진
그녀는 안개가 되어간다
배가 나오고 안개가 가득하다
그녀가 숨을 내쉴 때마다 안개가 흘러나와
나는 남길 게 아무것도 없어요 그녀가 넘게 될 사실은 안개에 사로잡히고
그녀의 긴 레이스는 안개의 형상을 하고 있다
노란 수선화와 금빛 하프와 흰 참새와 붉은 생선
그녀가 끌고 오는 것 그녀가 밀어내는 것
그녀는 젖은 채로 굳어간다
사라지듯이 나타나는 다게레오 타입의 안개
나타나듯이 사라지는 안개의 은촉
그녀는 벚나무 책상을 열고 영원 속으로 안개를 후 불어넣는다
천사들이 우리의 옆집을 빌리기 때문이다
김현 시인 / 봄 하루
바람에 흔들리던 매화 몇 송이
다음 생에 만나요 슬며시 가 버린다
그 생이 어디쯤이지? 바람이 뒤따라간다
-시집 <잠시, 천년이> 2010. 동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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