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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나문석 시인 / 월류봉 연가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2. 23.

나문석 시인 / 월류봉 연가

 

 

어제 불던 바람

기차소리 따라 저문 강 건너가고

오늘 부는 바람

추풍령 넘어 홀로 가는 길, 아리고

숨 가쁘게 건너와 등에 휘감기는

한 됫박의 취기는

감고 감기어도는 실타래처럼 돌아가는

또 하나의 고개,

누군가 머물다간 그곳에

풍경처럼 매달린 달을 보며

내가 들고 온 시름의 매듭을 풀어보니

무명이라

 

-시집『천 년의 하루, 하루』(시와에세이, 2012)

 

 


 

 

나문석 시인 / 사서함을 비우며

 

 

우기의 여름 숲

정적 깊은 날

항로를 잃어버린 나라는

여전히

거꾸로 가는 역사를 쓰고

파종을 해도

새 살이 돋아나지 않는

내 삶의 부질없는 씨앗들

 

당신이 그토록 아파하고도

버리지 못한 기록들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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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문석 시인

대구에서 출생. 1975년 '오구문학'동인으로 시작활동. 2009년 계간 《시에》로 등단. 시집으로 『정삼각형 가족』이 있음. 도서출판 <두엄>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