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영 시인 / 바텐더가 있는 풍경
바텐더가 섞임의 춤을 춘다
화가가 섞은 색이 그림 속에 웃고 있다
섞인 음들이 음악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낮이 밤으로 들어간 저녁이 출입문이 여닫힐 때마다 안팎을 드나든다
서로 드나드는 시간 사랑을 만드는 여자와 남자가 웃음 속에 들어가 섞이고 있다
넘친 술이 볼 위의 빨강으로 번지고 있다
동시영 시인 / 눈물 속에 흐르는 바다
물은 꼭꼭 눌러 담지 않는다
흘려보낸다
물이 하늘 그릇에 넘쳐 비로 흐른다
계곡에서 강으로 바다로 흘려보낸다
슬픔도 마음에 넘치면 눈물로 흐른다
강에서 바다로 넘친 물이 눈물 속에 넘친다
한 방울 눈물 속엔 강이 흐르고
바다도 함께 출렁거린다
동시영 시인 / 손잡이
세상은 익명의 섬
이름은 쉽게 들고 다니며 쓰기 위한 손잡이
중고 그릇 가게 아직 쓸 만한 냄비들이 깨끗이 씻기고 있다 새로 살림을 차리러 갈 모양이다
직함을 잃고 나온 남자 두어 명 손잡이 떨어진 냄비들처럼 우두커니 구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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