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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동시영 시인 / 바텐더가 있는 풍경 외 2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2. 23.

동시영 시인 / 바텐더가 있는 풍경

 

 

바텐더가 섞임의 춤을 춘다

 

화가가 섞은 색이 그림 속에 웃고 있다

 

섞인 음들이 음악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낮이 밤으로 들어간 저녁이

출입문이 여닫힐 때마다

안팎을 드나든다

 

서로 드나드는 시간

사랑을 만드는

여자와 남자가

웃음 속에 들어가 섞이고 있다

 

넘친 술이 볼 위의 빨강으로 번지고 있다

 

 


 

 

동시영 시인 / 눈물 속에 흐르는 바다

 

 

물은 꼭꼭 눌러 담지 않는다

 

흘려보낸다

 

물이 하늘 그릇에 넘쳐 비로 흐른다

 

계곡에서 강으로 바다로 흘려보낸다

 

슬픔도 마음에 넘치면 눈물로 흐른다

 

강에서 바다로 넘친 물이 눈물 속에 넘친다

 

한 방울 눈물 속엔 강이 흐르고

 

바다도 함께 출렁거린다

 

 


 

 

동시영 시인 / 손잡이

 

 

세상은 익명의 섬

 

이름은

쉽게 들고 다니며 쓰기 위한

손잡이

 

중고 그릇 가게

아직 쓸 만한 냄비들이 깨끗이 씻기고 있다

새로 살림을 차리러 갈 모양이다

 

직함을 잃고 나온 남자 두어 명

손잡이 떨어진 냄비들처럼

우두커니 구경하고 있다

 

 


 

동시영 시인

충북 괴산 출생.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문학 박사). 독일 레겐스부르크대학교 인문학부 수학. 2003년 《다층》으로 등단, 시집으로 『미래 사냥』 『낯선 신을 찿아서』 『신이 걸어 주는 전화』 『십일월의 눈동자』 『마법의 문자』 등과 저서로는 『노천명 시와 기호학』 『여행에서 문화를 만나다』 등이 있음. 2005년 한국 문화 예술 위원회 창작 지원금 받음. 2004년 설송 문학상 시 부문 본상 수상, 2010년 박화목 문학상 시 부문 본상 수상. 2011년 시와시학상 젊은 시인상 수상. 현재 한국 관광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