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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변창렬 시인 / 고개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2. 24.

변창렬 시인 / 고개

 

 

오르며 구부정해져

더 무서우니깐

내리면서 쭉 펴보려 했나

깨끗한 물이 넘어 갈 때는

물소리가 죽어 있었고

구수한 밥알이 짓 뭉게 질때는

질기게 낭떨어지더라

 

혀라는 문지기는

앞뒤 순서를

마구잡이로 줄 세워 놓고

안으로 쏟아 넣어서 일가

이 맛 저 맛

꾹꾹 문질러 넣는 저장소에

울때뼈가 지친다

 

혼자 덫을 만들어

스스로 걸리고 싶은 옹노에

아직도 미처 빠져 나오지 못한

괴상한 무덤들이

울컥하고 줄지어 서 있다

덩치 큰 뭔가를 토하고 싶어

 

말에 말이

지꿎게 굽어 들지않고

뻣뻣하게 빠져 나오는 분출구

고개를 펴 봐 죽 펴면

굽어서 취했을수도 있지

 

토해낸 말의 무덤이

어디다 자리잡을지도 모르고

편하게 묻어두고 싶지 않을거다

 

넘어 가는게 무섭고

내리 삼키는 것도 무섭지

꾹 다물어 봐

똑바른 길이

고개일지 누가알아

무서워도 벌리고 있는 아구리는

고갯길에 문지기로 허물어 진다

 

 


 

 

변창렬 시인 / 쓸쓸할 때 나누는 이야기

ㅡ 어느 병실에서 만난 그 분께

​​

매달린 잎은

나무에서 할 얘기가 많다

시들 때까지 나눈다

어느새 할말이 없는 잎들

눈치를 보지 않고 손맥을 푼다

같은 핏줄을 가졌어도

떨어진 후 나눌 얘기는 다르다

숨긴 속심말

휩쓸리면서도 입을 닫고 있는데

구석에서 혼자 중일거릴 얘기는 무얼까

하늘은 말하기 싫었다

바닥에서 보면 싸늘하다

비가 오면 흠뻑 젖어버려

어디나 붙어 버릴 괴로움

그것이 집이라고 믿어야 한다

더는 바랄 게 없다고

속으로 다졌으나

오그라드는 몸이 먼저 알고 있다

날아가고 있다는 환상이 떠 오른다

매달려 흔들리던 그때가 아득하다

찰싹 붙어 흙이라도 되고 싶다는

귓속말을 하기 싫다

얼어 들면 온몸이 시리고 춥다

버겁다는 신세는 가짜가 아닌가

가면 즐겁다는 기도도 잃었다

오그라 들며 기다리는 순간이

하늘에서 별이 지는 순간으로 버겁다

쓸쓸한 마지막 숨소리는 남아 있다

 

 


 

변창렬 시인

1958년 길림성 서란시 출생. 필명 변계수(卞季秀). 1979년「도라지」잡지로 등단. 길림신문, 도라지, 연변문학, 한국「심상」으로 작품 활동. 2013년 동포문학상 수상. 한민족작가회 상임시인. 재한동포문인협회 고문. 현대시인협회원. 재한동포문인협회원. 중국연변작가협회원. 글동네2002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