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삼 시인 / 우체국택배
아래윗집 살았던 보통리 연희누나가 갓 담은 총각김치를 보내왔다
연희누나는 시집 간 날부터 초하루 보름엔 법회에 빠지지 않았다 벼랑길도 마다 않고 연등을 켰다 몽우리 진 연꽃 같은연희누나 반신불수로 누웠던 매형이 세상을 뜨고 연당으로 이사를했다
교회가 빤히 보이는 길갓집 길섶의 채송화 때깔이 환하던 늦은 봄날 연희누나가 개종을 했다 새벽기도에 분주한 지 몇 해 벌써 권사님이 되었다
나는 주일 아침마다 기도문을 써 카톡으로 보냈다
성묘 가는 길, 연희누나네 집에서 하룻밤 묵었다 담장 없는 연당감리교회 앞집 여전히 채송화는 환한 연분홍 때깔이다
바람이 따신 봄날이면 갓 뜬 정월 햇된장을, 울섶에 고추잠자리 날면 갓 딴 찰옥수수를, 땅 한 뙈기 없는 누나가 철철이 우체국 택배로 부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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