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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유영삼 시인 / 우체국택배

by 파스칼바이런 2023. 2. 24.

유영삼 시인 / 우체국택배

 

 

아래윗집 살았던 보통리 연희누나가

갓 담은 총각김치를 보내왔다

 

연희누나는

시집 간 날부터

초하루 보름엔 법회에 빠지지 않았다

벼랑길도 마다 않고 연등을 켰다

몽우리 진 연꽃 같은연희누나

반신불수로 누웠던 매형이 세상을 뜨고

연당으로 이사를했다

 

교회가 빤히 보이는 길갓집

길섶의 채송화 때깔이 환하던 늦은 봄날

연희누나가 개종을 했다

새벽기도에 분주한 지 몇 해

벌써 권사님이 되었다

 

나는 주일 아침마다 기도문을 써

카톡으로 보냈다

 

성묘 가는 길,

연희누나네 집에서 하룻밤 묵었다

담장 없는 연당감리교회 앞집

여전히 채송화는 환한 연분홍 때깔이다

 

바람이 따신 봄날이면 갓 뜬 정월 햇된장을,

울섶에 고추잠자리 날면 갓 딴 찰옥수수를,

땅 한 뙈기 없는 누나가

철철이 우체국 택배로 부쳐왔다

 

 


 

유영삼 시인

강원도 영월 출생. 2018년 제13회 《포엠포엠》 신인작품공모에 당선 되며 등단. '작업실' 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