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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신표균 시인 / 종착역엔 사랑이 살고 있다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2. 24.

신표균 시인 / 종착역엔 사랑이 살고 있다

 

 

삼백오십 여 임종을 지킨 호스피스

하얀 시트마다 애벌레의 꿈을 심는다

간 쓸개 모두 떼어준 유충들

꼭꼭 숨겨둔 사랑 ∞ 속에 담아

흰배추나방 되어 훨훨 나는 꿈을 꾼다

 

연인들 하나둘 떠나가고

어둠은 발자국 지우며 외로움 쓸어내지만

전나무 가지 끝에 매달려

바람의 심장 속을 맴돌던 밀어 한 마디

끝내 떠나지 못하고

저무는 플랫폼 벤치에 내려앉아 사랑을 쓴다

 

저만치서 멀뚱한 시그널

기차 떠난다고 파란불 다시 켜면

애벌레의 꿈도 깨어나 훨훨 날아오를 테지

종착역엔 사랑이 살고 있다

 

 


 

 

신표균 시인 / 일곱 번씩 일곱 번의 오늘

 

 

미운사랑나누면서여태살고있는 오늘

 

아직사랑할일만남아있어야하는 오늘오늘

 

신앙같은열여드레어스름새벽달 오늘오늘오늘

 

피라미드밝히고하얗게건너온듯 오늘오늘오늘오늘

 

일곱해씩일곱번째맞는생일날에 오늘오늘오늘오늘오늘

 

삼백예순닷새어느하루덤은없어오늘오늘오늘오늘오늘오늘

 

있기나한가한번도산적없는내일오늘오늘오늘오늘오늘오늘오늘

 

태어난 오늘이나

건너갈 오늘

 

살아온 오늘이나

살아낼 오늘

 

하루살이, 무드셀라 차별 없는 나날 오늘

을 산다는 건 내일의 그리움 만드는 일

 

오늘의 탑 쌓는

내일의 첫날

 

-시집 <일곱 번씩 일곱 번의 오늘>

 

 


 

신표균(申彪均) 시인

1942년 경북 상주 출생. 서울신학대학교 신학과 수료. 서경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고려대학교 인문정보대학원 문학예술학과 졸업. 2007년 《심상》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어레미로 본 세상』 『가장 긴 말』 외. 고대 문우상 수상. 대구문인협회 부회장 역임. 한국문인협회 달성지부 회장 역임(현 고문). 한국문인협회 대외협력위원(현). 비영리법인 도동시비동산운영회 회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