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강에리 시인 / 백두산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4. 2.

강에리 시인 / 백두산

 

 

비단에 수놓은 듯 오색꽃 경연하는 곳

태고적 신비 가득한 천지

파란 눈으로 하늘 바라보고 있지

 

하라버지의 하라버지 때부터

지켜오던 신성한 백두산

오늘은 나그네 되어 오르네

 

천지가 울면 비가 온다는데

주인 바뀐 그 땅은

맑은 날보다 흐린 날이 많아

순례자의 접근을 거부하네

 

천지가 운 다음날은

마법처럼 찰나의 햇살에도 꽃은 피지

안개 속에서 때를 기다린 꽃들이

일제히 기지개를 켜고 꽃망울을 터트리지

 

 


 

 

<2014 창조문학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강에리 시인 / 떨켜

 

 

긴밤을 뽀갠 것은 이별이 아니라네

푸른 들 새겨놓고 강물과 춤도 추고

시간을 통통히 벗겨 그대 둥둥 떠 오네

 

못다한 언어들이 소리로 한창인데

열기를 털어내며 산천이 불타네요

뜨겁게 빨간 편지를 맑게 피워 가네요

 

팽팽한 서러움에 충혈된 단풍이라

영혼의 물관으로 깊게도 흔들리다

탁 하고 그리움 털고 나비처럼 날으네

 

화안한 보름달이 우물에 빠져드네

어둠도 떨고 있는 한밤의 사랑인데

삼경에 푸르게 갇혀 꼼짝달싹 못하네

 

 


 

강에리 시인(시조시인. 칼럼니스트).

(사)한국시조사랑 시인협회 이사, 한국국보문인협회 이사,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시조협회 회원, 2014년 한국문학신문 기성문인문학상 수상, 제19회 황진이문학상, 제9회 에스프리문학상, 제25호 동인문집 "내 마음의 숲" 편집국장, 시집 <단 하나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