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옥 시인 / 눈 내린 아침
설핏 치맛자락 스치는 소리 댓가지 풀썩거리는 소리 문풍지 흔들리는 소리 들은 듯한 밤 어머니 살그머니 다녀가셨나 보다. 장독대 위에 백설기 시루 놓여있는 걸 보니
-시집 『말에도 꽃이 핀다면』, 현대시학사 2020
한경옥 시인 / 바위
꼬드김에도 협박에도 유혹에도 꿈쩍하지 않고
뒤돌아볼 줄도 부화뇌동할 줄도 몰라
이 겨울 시린 계곡 물소리와 함께 빈산을 지키고 있다
한경옥 시인 / 대나무
허허실실 속없이 사는 것 같아도 마디마디 박힌 옹이를 보면 알 수 있다. 얼마나 용을 쓰며 살아내고 있는지를
줏대 없이 흔들리는 것 같아도 사철 푸른 잎을 보면 알 수 있다. 얼마나 올곧게 살아 왔는지를
밤새 휘몰아치는 폭풍에도 끄떡없이 버틸 수 있는 것은 옹골차게 뻗어나간 뿌리가 있어서다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정모 시인 / 풍경의 관계학 외 1편 (0) | 2023.04.21 |
---|---|
벼리영 시인 / 종이상자 외 1편 (0) | 2023.04.21 |
진영심 시인 / 응급실의 밤 외 1편 (0) | 2023.04.21 |
조성식 시인(예산) / 오징어 외 1편 (0) | 2023.04.21 |
유재영 시인 / 구월은 외 2편 (0) | 2023.04.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