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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한경옥 시인 / 눈 내린 아침 외 2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4. 21.

한경옥 시인 / 눈 내린 아침

​​​

 

​설핏

치맛자락 스치는 소리

댓가지 풀썩거리는 소리

문풍지 흔들리는 소리

들은 듯한 밤

어머니

살그머니 다녀가셨나 보다.

장독대 위에

백설기 시루 놓여있는 걸 보니

 

​-시집 『말에도 꽃이 핀다면』, 현대시학사 2020

 

 


 

 

한경옥 시인 / 바위

 

 

꼬드김에도

협박에도

유혹에도

꿈쩍하지 않고

 

뒤돌아볼 줄도

부화뇌동할 줄도

몰라

 

이 겨울

시린

계곡 물소리와 함께

빈산을 지키고 있다

 

 


 

 

한경옥 시인 / 대나무

 

 

허허실실 속없이 사는 것 같아도

마디마디 박힌 옹이를 보면 알 수 있다.

얼마나 용을 쓰며 살아내고 있는지를

 

줏대 없이 흔들리는 것 같아도

사철 푸른 잎을 보면 알 수 있다.

얼마나 올곧게 살아 왔는지를

 

밤새 휘몰아치는 폭풍에도

끄떡없이 버틸 수 있는 것은

옹골차게 뻗어나간 뿌리가 있어서다

 

 


 

한경옥 시인

1956년 충남 공주 출생,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 졸업. 2013년 시 전문 월간지 《유심》을 통해 등단. 시집 <말에도 꽃이 핀다면>. 한국 시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