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두자 시인 / 상상 이별
투명한 유리잔은 사랑스럽게 예뻐요
가만가만 돌려서 넓게 펼치면 풍경의 굴절에 빛이 빤짝거려요
당신은 어떤가요 단단한 물방울로 유리방에서 만나요
남겨진 와인을 따라요 물결처럼 두근거리는 보라의 반복 아 참, 이 유리잔은 당신이 자주 사용했던 거지요
어제의 당신이 싱그러워 손금을 달래려 만지작거렸죠 둥근 잔 안에는 각주가 없으니까 더 홀짝이는 사람이 됩니다 당신은 어떤가요
건배를 할 때마다 기호와 의미는 맞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끝내 상관없이 서로의 잔을 엎지르는 일은 오고 말았죠
유리잔을 고백체로 사랑하면 어떨까요 울먹이긴 하지만 손바닥을 서로 마주하면 당신은 끝내 넘칠까요 가라앉을까요
밤하늘을 사이에 두고 과거에서 만나요 잔을 내밀면 내민 잔 속에 떨어지는 별들
기분과 기본 사이 몽롱하고 아리송한 밤에 내통하는 입술과 유리잔 산산이 부서진 말을 믿기로 할까요 당신은 어떤 타이밍에서 왈칵 눈물을 쏟을까요
-반년간 『상상인』2023년 1월 상반기호(통권5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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