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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홍석영 시인 / 행복나무 외 2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4. 22.

홍석영 시인 / 행복나무

 

 

질풍같이 달려온 생

 

겨울로 가는 삶의 길목에서

마음을 촉촉이 추억의 장으로 초대하여

커피 한잔, 따듯한 말 한마디와

밥상에 가지런히 숟가락 놓으면

 

비로소 행복나무 거기에서 자란다.

 

 


 

 

홍석영 시인 / 개똥벌레

 

 

말똥 쇠똥 다 버리고

개똥 무덤 위에 내 몸을 던져

별이 된다

물 위를 떠도는 눈썹 같은 첫사랑으로

초승달 그믐달 다 품고서

밤하늘의 빛으로 태어난다

 

산수유 가지에 찢어진 달이

물에 빠져서

허우적허우적

슬그머니 수면도 파동치며 춤을 춘다

 

온산이 초롱 별빛으로 뒤덮인다.

 

 


 

 

홍석영 시인 / 지리산 원추리

 

 

한 호흡 한 마리

천 만번 천만 마리

새가 난다

 

하늘이

터진다

 

겨우내 쌓여 있던 근심

어둡던 마음에 꽃등을 켜니

한숨은 새가 되어 하늘로 날아간다

 

육자배기 가락도 따라 나온다

 

전쟁 통 슬픈 사연

토하는 붉은 혀

산허리를 감는다.

 

 


 

홍석영 시인

문학예술’ 시 부문 당선 등단. (사)한국문인협회 영등포지부 회장 및 서울지회 이사, 영등포예술인총연합회 감사, 미네르바 작가회 회원, (사)국제PEN한국본부 사무총장 및 전무이사 역임. 영등포문인협회 부회장. 제8회 한국문인협회 서울시문학상 등 수상. 시집 <‘바람도 기침을 한다>, <내가 돈다, 바람개비처럼>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