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영 시인 / 행복나무
질풍같이 달려온 생
겨울로 가는 삶의 길목에서 마음을 촉촉이 추억의 장으로 초대하여 커피 한잔, 따듯한 말 한마디와 밥상에 가지런히 숟가락 놓으면
비로소 행복나무 거기에서 자란다.
홍석영 시인 / 개똥벌레
말똥 쇠똥 다 버리고 개똥 무덤 위에 내 몸을 던져 별이 된다 물 위를 떠도는 눈썹 같은 첫사랑으로 초승달 그믐달 다 품고서 밤하늘의 빛으로 태어난다
산수유 가지에 찢어진 달이 물에 빠져서 허우적허우적 슬그머니 수면도 파동치며 춤을 춘다
온산이 초롱 별빛으로 뒤덮인다.
홍석영 시인 / 지리산 원추리
한 호흡 한 마리 천 만번 천만 마리 새가 난다
하늘이 툭 터진다
겨우내 쌓여 있던 근심 어둡던 마음에 꽃등을 켜니 한숨은 새가 되어 하늘로 날아간다
육자배기 가락도 따라 나온다
전쟁 통 슬픈 사연 토하는 붉은 혀 산허리를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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