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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천양희 시인 / 그런 것이다

by 파스칼바이런 2023. 4. 24.

천양희 시인 / 그런 것이다

 

 

나는 내가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생각한다

내가 없어졌을 때

 

나는 생각하기 시작했다

존재란 그런 것이다

 

나는 연애의 시작부터 여자를 포기했다

여자가 없어졌을 때

 

나는 연애를 하기 시작했다

연애란 그런 것이다

 

나는 시작(詩作)의 출발부터 시인을 포기했다

시인이 없어졌을 때

 

나는 시를 쓰기 시작했다*

시인이란 그런 것이다

 

*김수영 글에서

 

계간 『시와 사람』 2013년 겨울호 발표

 

 


 

천양희 시인

1942년 부산 출생,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 1965년 박두진 추천 시 '정원(庭園) 한때'로 '현대문학'등단. 1983년 '신이 우리에게 묻는다면'으로 작품활동 재개, 시집으로 「신이 우리에게 묻는다면」 「사람 그리운 도시」 「하루치의 희망」 「마음의 수수밭」 「오래된 골목」 「너무 많은 입」 등이 있고, 짧은 소설 「하얀 달의 여신」, 산문집 「직소포에 들다」 등을 출간. 1996년 소월시문학상을, 1998년 현대문학상, 2005년 공초문학상을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