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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옥종 시인 / 첫눈

by 파스칼바이런 2023. 5. 24.

김옥종 시인 / 첫눈

 

 

첫눈이 마지막 눈인 것같이

포자가 폄석(砭石)처럼

갑옷의 표피를 입은

단풍나무의 심장을 관통할 때

혈맥에서 쏟아내는 그리움이

고로쇠 수액이다

 

어떤 것들에게서의

피의 맛은

창백한

실연의 봄이기도 하였다

 

병스메를 몇 병을 더 먹어야 상처가 아물 수 있을까

음악 다방에서

멜라니 샤프카의 '가장 슬픈일'을

몇 번 이나 더 들어야 나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그렇게 첫눈이 오는 날

심장을 꺼내

눈밭에 차갑게 헹군다

 

살아서 더는 내려놓을 수 없는 당신을

 

웹진 『시인광장』 2023년 4월호 발표

 

 


 

김옥종 시인

1969년 전남 신안 지도에서 출생. 2015년 《시와경계》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민어의 노래』 『잡채』 출간. 한국인 최초 k-1 이종격투기 선수. 현재 광주에서 전업 요리사로 활동 중. 광주전남 작가회의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