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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영심 시인 / 잃어버린 오후 외 5편

by 파스칼바이런 2025. 9. 20.
김영심 시인 / 잃어버린 오후

김영심 시인 / 잃어버린 오후

 

 

어제 내내 햇살은

정수리에서 내려올 줄 모르는데

뭔가 잃어버린 것 같은

그게 뭔지 생각이 나지 않아

 

너도 변했구나

아니 뭔가 잃어버린 것을 찾으려고 하는 걸 보니

도대체 잃어버린 건 무엇일까

어제, 그제 같은 길을 헤매는 이 꿈을

그만 두고 싶을 뿐이야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잎이 피고 지고, 해가 지듯

아프지도 않게 떨어뜨리고 온 그 마음은

과연 무엇일까

 

아이들은

하늘과 가까워지려고 키가 크는데

찌푸리고 괴로운 어른들은

하늘과 멀어지며 늙어간다

백발이 되도록 푸른하늘에

머리를 담그며 키가 크고 싶은 거였다

 

 


 

 

김영심 시인 / 대숲

 

 

쭉쭉 뻗은 대나무의 비결을 아는지

늘 그 속은 비어

오욕으로 가득 찬 그 누군가

대숲에 들어갔다간 숲 밖으로 던져지지만

 

마음을 비우고 대숲에 들면

몸이 한없이 가벼워집니다

 

바람 불 때마다 온몸으로

그 누가 우는소리

 

대숲으로

대숲으로

 

푸르름과 올곧음을

보러 갑시다

 

푸른 댓잎에 귀를 씻고 옵시다

 

-시집 <북치다, 장구소리 들리다>에서

 

 


 

 

김영심 시인 / 비오는 날의 단상

 

 

 젖지 않기 위해 안간힘 썼던 날들이 비에 젖고 노래 할 수 없는 슬픔이 나를 짓누른다휴일에 내리는 비는 추억보다 빠르게 내린다 이런 날은 삶이 뜨거워진다

 

 시간은 흘러 어디로 가는가 젖어있던 마음이 마르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가 나 아직 누군가를 적시지 못했으나, 이제 살아 있음을 고마워하며 흩어지는 빗방울처럼 쉽게 흘려보내는 일 없으리라

 그친 비 내리는 7월, 다시 젖어보는 나의 장맛비

 

 


 

 

김영심 시인 / 詩를 품다

 

 

너를 읽고 네 몸 구석구석

파고 들어가 너의 여자가 되고 싶었다

밤이나 낮이나 너를 찾고

너를 사랑했다

너는 나의 화려한 꿈이었다

발광하던 사랑도 너를 얻기 위함이었다

 

품을 수 없는 너를 버리기 위해

때론

너에게 숨고 싶을 때가 있었다

 

 


 

 

김영심 시인 / 풀리지 않는, 그 무엇에 대하여

 

 

아직도 정확히 알 수 없는

내 인생의 깊은 데서

출렁이고 있는 슬픔

혹은, 외로움 때문에 시커멓게 고인 눈물이

좁은 가슴에 가득합니다

내 가슴에 사는

슬프고 뭉클한 것들이 만져질 적이면

차고 쓸쓸한 무엇이 소리 없이 다가옵니다

 

어린 날의 내가 창 밖에서 날 바라봅니다

 

 


 

 

김영심 시인 / 북치다, 장구소리 들리다 · 3

 

 

노래를 불렀다

부르다 부르다, 지친 노래를 다시 불러보고 있다

 

 


 

김영심 시인

단국대학교 국문과를 졸업. 1995년 "心象"으로 작품 활동 시작. 사)한국소설가협회회원. 사)한국문인협회회원. 현)한강문학사무처장. 시와창작작가회고문. 시집: <북치다, 장구소리 들리다>. 공저: 발칙한 상상, 들리지 않는 외침, 서둘러 떠나는 꽃잎처럼 외 다수.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