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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심 시인 / 잃어버린 오후
어제 내내 햇살은 정수리에서 내려올 줄 모르는데 뭔가 잃어버린 것 같은 그게 뭔지 생각이 나지 않아
너도 변했구나 아니 뭔가 잃어버린 것을 찾으려고 하는 걸 보니 도대체 잃어버린 건 무엇일까 어제, 그제 같은 길을 헤매는 이 꿈을 그만 두고 싶을 뿐이야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잎이 피고 지고, 해가 지듯 아프지도 않게 떨어뜨리고 온 그 마음은 과연 무엇일까
아이들은 하늘과 가까워지려고 키가 크는데 찌푸리고 괴로운 어른들은 하늘과 멀어지며 늙어간다 백발이 되도록 푸른하늘에 머리를 담그며 키가 크고 싶은 거였다
김영심 시인 / 대숲
쭉쭉 뻗은 대나무의 비결을 아는지 늘 그 속은 비어 오욕으로 가득 찬 그 누군가 대숲에 들어갔다간 숲 밖으로 던져지지만
마음을 비우고 대숲에 들면 몸이 한없이 가벼워집니다
바람 불 때마다 온몸으로 그 누가 우는소리
대숲으로 대숲으로
푸르름과 올곧음을 보러 갑시다
푸른 댓잎에 귀를 씻고 옵시다
-시집 <북치다, 장구소리 들리다>에서
김영심 시인 / 비오는 날의 단상
젖지 않기 위해 안간힘 썼던 날들이 비에 젖고 노래 할 수 없는 슬픔이 나를 짓누른다휴일에 내리는 비는 추억보다 빠르게 내린다 이런 날은 삶이 뜨거워진다
시간은 흘러 어디로 가는가 젖어있던 마음이 마르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가 나 아직 누군가를 적시지 못했으나, 이제 살아 있음을 고마워하며 흩어지는 빗방울처럼 쉽게 흘려보내는 일 없으리라 그친 비 내리는 7월, 다시 젖어보는 나의 장맛비
김영심 시인 / 詩를 품다
너를 읽고 네 몸 구석구석 파고 들어가 너의 여자가 되고 싶었다 밤이나 낮이나 너를 찾고 너를 사랑했다 너는 나의 화려한 꿈이었다 발광하던 사랑도 너를 얻기 위함이었다
품을 수 없는 너를 버리기 위해 때론 너에게 숨고 싶을 때가 있었다
김영심 시인 / 풀리지 않는, 그 무엇에 대하여
아직도 정확히 알 수 없는 내 인생의 깊은 데서 출렁이고 있는 슬픔 혹은, 외로움 때문에 시커멓게 고인 눈물이 좁은 가슴에 가득합니다 내 가슴에 사는 슬프고 뭉클한 것들이 만져질 적이면 차고 쓸쓸한 무엇이 소리 없이 다가옵니다
어린 날의 내가 창 밖에서 날 바라봅니다
김영심 시인 / 북치다, 장구소리 들리다 · 3
노래를 불렀다 부르다 부르다, 지친 노래를 다시 불러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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