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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중 시인 / 억새꽃처럼
간절함 다스려 참아야 함을 압니다 억새꽃처럼 다 날려 보낸 지난날이 허물과 후회만 남긴 언덕으로 있습니다
다시 알리고픔을 용납할 수 있을까요 못 울린 북소리 숨기어 남겼어도 이제 세상에 넓은 어느 공간에 집 하나 있습니다
이제 젊고 늙음이 다름없는 사이인데 저쪽에 피어 생생한 세상에서 슬픈 꽃 이 죄업 그대 생각이 억새꽃 같습니다
-시집 『비어 하늘 가득하다』 에서
권도중 시인 / 가을비 불붙어 타는 정점 기슭마다 비가 오다 빈 들에 갈증 남긴 피부마저 젖고 있다 외롭던 우리네 방이 젖은 만큼 밝은 등 다 지고 나서 보면 눈물마저 마친 맑음 언어의 문을 닫아 침묵으로 부는 자락 세상이 고운 한 철이 씻겨지며 보이다 눈빛 음정 별이 깊고 이제사 낮은 음성 여인은 벌써 와서 등화관제를 만들다 이 비가 끝나고 나면 그 겨울이 되리라 한 생각 타는 마을 낙엽 져 닿아간 강 그 슬기 더운 곳에 긴 밤이 창이 오다 비로소 네 여행에도 젖은 만큼 알리라
권도중 시인 / 코스모스 2 달무리 서린 안부에 이마를 든 코스모스 살 속 맑은 물살로 겹겹이 씻기는 파문 그날의 가을 편지는 끝끝까지 떠나고 잎잎이 꽃빛깔로 혼은 가지어도 가을이라 강이 있네 흔들리는 아픔의 꽃 이 침묵 닿는 곳마다 웃고 섰는 네 표정
권도중 시인 / 그늘
나무도 열매 맺어 익히느라 땡볕이다 구월 따가운 들녘 나락도 저리 견딘다
너거들 그늘로 산다 큰 그늘아 작은 그늘아 하루 해도 그늘을 끌며 집으로 가는 풍경, 속 쎅이는 자식이 그 그늘이 너어는 있나 마음 속 밭고랑으로 짧은 풋잠 저녘답
권도중 시인 / 비어 하늘 가득하다
없어도 여기에서 비어 하늘 가득하다
구름이 바람 따라 수위水位 아래로 잠긴다
한 방울 물감이 구절초 핀 산천에 풀린다
당신이 집을 두고 바람으로 지낸다
편지를 써서 버린다 문득 바람 베인다
입술이 들꽃으로 앉아 길게 그늘로 간다
권도중 시인 / 섬
그리운 마음 물결쳐 간다 잔잔한 햇살 반짝이는 해변 여기 거기까지 가 앉아 적시다가 오는 물결 밀리어 섬이 된 거지
구름으로 푸르게 풀리어 간 세월을 찾아오는 질환이 불변의 거리라 정의한다 연육교도 버리고 최첨단버그선도 이자뿌고* 통통배 옆으로 그리운 섬 간다
이 섬 그 섬 향한 섬이 된 소유에서 벗어난 밀려가는 그리운 마음이여 언제나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거리는 안전이니까 썩지 않는 바다물결 씻겨지는 것이여
*: 잊어버리고, 재켜두고, 의 사투리
권도중 시인 / 생명이 순할수록
생명이 순할수록 자주 멍이 들듯이
사람도 순할수록 꽃처럼 멍이 든다
몸속에 쌓아둔 꽃은 무엇으로 못 지운다
잘 살아 아프지 않고 꽃지고 철이 가도
못잊는 세월에는 다친 디엔에이가 있다
상처도 깊은 사랑은 찾아가는 힘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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