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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식 시인 / 바닷가 피아노
하얀 눈 바닷가로 고요 켜고 내려온다
내 등을 두드리는 눈, 돌아보자 손을 내민다
우리는 나란히 앉아 피아노를 연탄한다
라라라 라라랄라 리듬 타며 들썩거리자
물고기도 뛰어올라 함께 환희 끌어당긴다
이 풍경, 내 안의 벽에 오래도록 매단다
배우식 시인 / 달빛 연못
절벽에서 뛰어내린 계곡물이 부서진다
비우며 흘러가는 물소리가 종소리다
저 소리 또 한 번 굴러 떨어져도 생생하다
물소리 산빛 두르고 끝내 닿은 내 안의 연못
바닥까지 투명하게 달빛을 쏟아낸다
비어서 가득한 둘레 포근하다, 달빛 연못
-시집 <낙타>에서
배우식 시인 / 돌에서도 꽃이 핀다
누군가의 발에 차여 바닥으로 떨어지는 돌
천 번째 나뒹굴며 천 번 울음 삼키면서도
밤마다 개화를 꿈꾼다, 돌 내부는 대낮 같다
저 돌은 자주색 꽃잎 상상으로 연신 펼친다
한순간 날아오를 듯 피어나는 제비꽃 하나
울음이 환히 깊어지면 돌에서도 꽃이 핀다
-시집 <낙타>에서
배우식 시인 / 사월의 나뭇잎
갓,
태어난 아이의 가느다란 손금을 한 연둣빛
손
해와 별, 바람과 달의 말을 다 받아 적은
손
저 손은 작은 경전이다
배우식 시인 / 장난감 자동차
멈출 듯 멈출 듯이, 바퀴가 굴러가요. 얼마나 남았을까요? 내 몸속 사각 건전지. 이 세계 환해질 때까지 달빛 실어 나를래요.
배우식 시인 / 성냥 -아내에게
불꽃 품은 기다림이 어디 그리 쉬운 건가
기회를 찾느라고 앙상해진 나의 몸통
한 순간 당신을 위해 남김없이 태우겠네
배우식 시인 / 어머니를 조각하다
1. 조각도 닿는 순간 연한 꽃빛 번져온다 해맑은 웃음 같은 매화꽃잎 펼쳐주고 꽃마다 고봉밥처럼 별빛 가득 새긴다
배경으로 오름 새기면 뭔가에 취한 듯이 새김칼 큰 힘 받고 학 형상 파나간다 어느새 다리 쭉 뻗고 높이 나는 한 여인
저 산 위 한쪽에는 만월 하나 띄워놓고 여백으로 달빛 같은 목소리 쏟아진다 여인의 진솔 버선목도 선명하게 보인다
2. 저 목판에 새겨놓은 풍경이 날 포옹한다 오래 안은 품속에서 어머니가 만져지고 꽃처럼 내 안에 가득 사모의 눈물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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