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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효 시인 / 성호와 합장
주일마다 광역 버스 타고 나와
명동성당에서 급식 봉사 하는 시인에게
다른 일로 감사드릴 일 있어
형제님 고맙습니다
성호를 그었더니
내가 절집안 식구인 줄 진작 알고는
감사합니다
합장을 했다.
-시집 『작은詩앗·채송화 제33호, 날이 참 좋지요』, 고요아침, 2025
윤효 시인 / 밥값
닭둘기라고 놀림을 받는 녀석들이 우리 학교에도 여러 마리 살고 있지요. 걔네들 하루 일과를 보면 그런 말 들어 싸지요. 매점 주변을 배회하다가 아이들이 흘린 빵 부스러기나 쪼아 먹는 게 하루 일이거든요. 닭둘기란 말, 싸지요, 싸. 그런데 딱 한 마리 밥값을 하는 녀석이 있어요. 언제 어디서 그랬는지 한쪽 발목이 잘린 녀석인데요. 먹고사는 일에 그렇게 열심일 수가 없어요. 절뚝거리면서도 연신 빵 부스러기를 찾아다니거든요. 그렇게 씩씩할 수가 없어요. 아이들이 배우지 않겠어요? 목발도 없이 그러고 다니는 걸 보면서 시나브로 시나브로 배우지 않겠어요? 그 비둘기, 밥값 한번 제대로 하는 셈이지요.
윤효 시인 / 교육학원론
어느 나라나 공항 근처 아이들은 하늘의 비행기를 그릴 때 바퀴까지 꼭꼭 그려 넣는다고 한다.
윤효 시인 / 창문 열고 바라보니
구청 앞을 지나는 이들이 하나둘 비로소 걸음을 멈추고 먼 하늘을 올려다보기 시작하였다.
구청에서 한 일이라곤 어느 저명한 금속공예가의 대형 조각 '향수鄕愁'를 치우고 그 자리에 감나무 몇 그루 심어 놓은 게 전부였다.
윤효 시인 / 시인
한낱 소음으로 치부되는 제 곡조가 매미는 서럽습니다. 밤이 깊어도 그 울음 그칠 줄 모릅니다. 저 울음 달랠 이 지상에는 없습니다.
윤효 시인 / 시를 위하여 · 4
시 공부 시작하던 스무 살 무렵 나중에 시론을 써서 낸다면 책 이름을 무엇이라 할까 생뚱맞게 이런 궁리를 하다가 정한 것이『언어경제학서설』 짧은말 속에 속울음을 담고 싶었다. 윤효 시인 / 시를 위하여 · 5
안양천 타고 내려와 한강을 거슬러 오르는 23킬로미터 자전거 출퇴근치고는 무리인 듯싶어도 그 길에 원효대교 있어 가뿐하다네. 군더더기 하나 없이 상판을 떠받치고 서 있는 그 다리가 눈에 들어올 때마다 내 다리도 군더더기 없이 가뿐, 가뿐해진다네. 불끈, 다릿심 솟는다네. 윤효 시인 / 시를 위하여 · 6
외로워서 시를 썼다고 시상식장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그가 말했다. 그 서러움 속에 부디 꼭꼭 갇혀 사시라 간절히 빌어 주었다. 윤효 시인 / 시를 위하여 · 7
낮에 쓴 시는 달빛에 헹구고 밤에 쓴 시는 햇빛에 말리고
윤효 시인 / 짐승
소나 돼지가 발정이 나도 축산농가에서는 황소나 수퇘지를 부르지 않는다 인공수정을 한다. 수컷한테서 채취한 정액을 암컷에게 주입한다. 짐승에게서 그 짓마저 빼앗은 것이다. 무서운 짐승이다.
윤효 시인 / 창문 열고 바라보니
구청 앞을 지나는 이들이 하나둘 비로소 걸음을 멈추고 먼 하늘을 올려다보기 시작하였다. 구청에서 한 일이라곤 어느 저명한 금속공예가의 대형 조각 '향수鄕愁'를 치우고 그 자리에 감나무 몇 그루 심어 놓은 게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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