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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원태연 시인 / 시인의 눈물 외 6편

by 파스칼바이런 2025. 12. 17.
원태연 시인 / 시인의 눈물

원태연 시인 / 시인의 눈물

 

 

시인이 되는 시간이 있습니다

정해놓은 시간은 아니고

술이 달거나

음악이 귀에 들어오거나

쓸데없이 뭉클해지거나 하면

시인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 시간에는

한숨과 체념이

연과 행으로 나누어져

시가 되어버립니다

읽다 보면

한참을 읽다 보면

어느새 시는

먼 얘기 하나를 떠올리게 합니다

 

시인이 되는 시간이 있습니다

그 시간에 주인을 잘못 만난 마음은

병원에라도 데려다주고 싶을 정도로

무지 아파하고 있습니다

 


 

원태연 시인 / 나무

 

 

왜 하필 나는

당신 가슴속에서

태어났을까요

 

넓은 곳에서

자유로운 곳에서

아름다운 곳에서 태어나지 못하고

 

여기서만 이렇게

자라나고 있을까요

 

 


 

 

원태연 시인 / 한 잔 차속에 담긴 당신의 사랑

 

 

당신의 아침에 엷은 햇살과

부드러운 차 한잔이 있네.

커튼 사이로 스민 엷은 햇살이

테이블 위 당신의 흔적을 스치고

그 빛을 받은 식탁 앞엔

부드러운 차 한잔과

당신의 숨결이 있네.

 

당신의 아침엔

당신의 손길을 받은 모든 것과

그 모든 것을 상상하고 있는 내가 있네.

오늘 아침엔

유난히 당신의 아침이 잘 그려져

나의 아침도 이렇게 웃고 있네.

이토록 아름다운 날들을 허락해주신 당신께

내가 어떻게 감사하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눈물에..얼굴을 묻는다.....

나는 아침에 깨끗하고 똑똑해진다.

그래서 아침엔

당신을 더 가까이 느낄 수가 있다.

 

 


 

 

원태연 시인 / 비만 오면

 

 

비가 오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빗속을 걸어본 적도

특별히 비에 관한 추억도 없는데

비만오면

그냥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모릅니다

그 사람도 비를 보고

나를 떠올릴지도

하여간 비만 오면

괜히 우울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원태연 시인 / 미련한결과

 

 

마음이 약해지면

평소에 지나쳤던 것을

자세히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마음이 약해지면

이것저것

더 슬퍼질 일이 많이 진다

이것저것

찾아내서 슬퍼진다

 

 


 

 

원태연 시인 / 자존심

 

 

지금 생각해 보면

그까짓 자존심 아무것도 아닌데

그땐 뭐 그리 대단했던지 같이 식은 척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을까

요즘 마음속에서 자존심이 미련한테 혼나고 있어

니가 뭐 그리 잘났다고 날 이렇게 아프게 하냐고

너 때문에 내가 왜 아파야 하냐고

그래도 자존심은 아무 말 안 해

사과도 없이 듣기만 하고 있어

마지막 자존심을 위해서인가 봐

 

 


 

 

원태연 시인 / 이 모든 아픔 언제쯤

 

 

처음에는 서러웠어요.

밤새 뒤척이며 서글픈 눈물 알아서 닦아야 했어요.

조금 더 울다 외로워졌어요.

어딜 가도 혼자라는 생각에 어떠한 만남이든 둘이 있으면 무작정 부러워졌어요.

그러고는 그리워졌어요.

그 웃음이 눈빛이 표정이 목소리가 사무치도록 그리웠어요.

알고 싶지 않았어요. 쓸쓸함만은

친구도 만나보고 술도 마셔보고 정신없이 얘기도

해보고 그랬는데 봄바람처럼 피해지지 않아요.

얼마나 더 아파야 웃으며 떠올릴 수 있을까요.

얼마나 더 울어야 눈물이 마를까요.

 

-시집 <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 생각을 해> 에서

 

 


 

원태연 시인

1971년 서울 출생. 경희대학교 체육학과(사격전공) 졸업. 1992년 시집 '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 생각을 해' 로 데뷔. 2011년 제1회 한국음악저작권대상 OST부문 작사가상 수상. 2014 제6회 멜론뮤직어워드 뮤직비디오상 수상. 시집 『원태연 알레르기』 『사용설명서』 『눈물에....얼굴을 묻는다』  『그녀와 나 사이엔 무엇이 있을까』 『안녕』 출간. 수필집 '사랑해요 당신이 나를 생각하지 않는 시간에도'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