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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태연 시인 / 시인의 눈물
시인이 되는 시간이 있습니다 정해놓은 시간은 아니고 술이 달거나 음악이 귀에 들어오거나 쓸데없이 뭉클해지거나 하면 시인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 시간에는 한숨과 체념이 연과 행으로 나누어져 시가 되어버립니다 읽다 보면 한참을 읽다 보면 어느새 시는 먼 얘기 하나를 떠올리게 합니다
시인이 되는 시간이 있습니다 그 시간에 주인을 잘못 만난 마음은 병원에라도 데려다주고 싶을 정도로 무지 아파하고 있습니다
원태연 시인 / 나무
왜 하필 나는 당신 가슴속에서 태어났을까요
넓은 곳에서 자유로운 곳에서 아름다운 곳에서 태어나지 못하고
여기서만 이렇게 자라나고 있을까요
원태연 시인 / 한 잔 차속에 담긴 당신의 사랑
당신의 아침에 엷은 햇살과 부드러운 차 한잔이 있네. 커튼 사이로 스민 엷은 햇살이 테이블 위 당신의 흔적을 스치고 그 빛을 받은 식탁 앞엔 부드러운 차 한잔과 당신의 숨결이 있네.
당신의 아침엔 당신의 손길을 받은 모든 것과 그 모든 것을 상상하고 있는 내가 있네. 오늘 아침엔 유난히 당신의 아침이 잘 그려져 나의 아침도 이렇게 웃고 있네. 이토록 아름다운 날들을 허락해주신 당신께 내가 어떻게 감사하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눈물에..얼굴을 묻는다..... 나는 아침에 깨끗하고 똑똑해진다. 그래서 아침엔 당신을 더 가까이 느낄 수가 있다.
원태연 시인 / 비만 오면
비가 오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빗속을 걸어본 적도 특별히 비에 관한 추억도 없는데 비만오면 그냥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모릅니다 그 사람도 비를 보고 나를 떠올릴지도 하여간 비만 오면 괜히 우울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원태연 시인 / 미련한결과
마음이 약해지면 평소에 지나쳤던 것을 자세히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마음이 약해지면 이것저것 더 슬퍼질 일이 많이 진다 이것저것 찾아내서 슬퍼진다
원태연 시인 / 자존심
지금 생각해 보면 그까짓 자존심 아무것도 아닌데 그땐 뭐 그리 대단했던지 같이 식은 척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을까 요즘 마음속에서 자존심이 미련한테 혼나고 있어 니가 뭐 그리 잘났다고 날 이렇게 아프게 하냐고 너 때문에 내가 왜 아파야 하냐고 그래도 자존심은 아무 말 안 해 사과도 없이 듣기만 하고 있어 마지막 자존심을 위해서인가 봐
원태연 시인 / 이 모든 아픔 언제쯤
처음에는 서러웠어요. 밤새 뒤척이며 서글픈 눈물 알아서 닦아야 했어요. 조금 더 울다 외로워졌어요. 어딜 가도 혼자라는 생각에 어떠한 만남이든 둘이 있으면 무작정 부러워졌어요. 그러고는 그리워졌어요. 그 웃음이 눈빛이 표정이 목소리가 사무치도록 그리웠어요. 알고 싶지 않았어요. 쓸쓸함만은 친구도 만나보고 술도 마셔보고 정신없이 얘기도 해보고 그랬는데 봄바람처럼 피해지지 않아요. 얼마나 더 아파야 웃으며 떠올릴 수 있을까요. 얼마나 더 울어야 눈물이 마를까요.
-시집 <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 생각을 해>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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