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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상희구 시인 / 자부래미 마실 외 6편

by 파스칼바이런 2025. 12. 20.
상희구 시인 / 자부래미 마실

상희구 시인 / 자부래미 마실

―永川 淸通 居祖庵 가서

 

 

강새이는 삽짝꺼래서 졸고

괘네기는 실겅 밑에서 졸고

할배는 담삐라다 바지게 걸치놓고

살핑사서 졸고

할매는 마늘 까민서 졸고

알라는 할매 젓테서 졸고

에미는 콩밭 매다가 졸고

에비는 소 몰민서 졸고

 

팔공산 모티는 가몰가몰

아지래이 속에서 졸고

영천군 청통면 신원리 마실이

마카 졸고 있는데

 

거조암居祖庵 영산전靈山殿

오백나한五百羅漢 부처님만

마실 지키니라꼬

누이 말똥말똥하다

 

 


 

 

상희구 시인 / 달성공원達城公園

 

 

달성공원은

대구시민의 "희망발전소 "다

살림살이는 째이쌓고

이래저래 되는 일은 없고

모등기 짜증시럽을 때

누가 '달성공원에 가자. 그카마

갑재기 힘이 불끈 솟는다

 

납딱보라밥에다

미리치젓갈이

포오옥 절이삭은

정구지짐치 겉으마

점점 도시락으로는

그마이고

 

거게다가 계란 및 개

고구마 및 개씩 삶아 옇고

삭한 감, 능금 및 개만

있이마 소풍 꺼리로는

일등이다

 

가실 단풍이 좋은데

발찌로 공원 만은

인산인해다

 

군위軍威 효령孝令서 온 할매는

할배로 찾아쌓고

예천醴泉 감천甘泉서

코끼리 보로 온 아지매는

잊아뿐 알라로 찾아서

날리가 났고

 

저어 멀리 울진蔚津서 온

아재씨는 공원 구석구석

귀경 다하고

나갈 구녕을 못찾캤다 카민서

허둥거리쌓는다

'미아보호소'라 카는데는

발찌로 에미 에비로 떨가뿐

아아들 너댓이 와낭상컽치

울어쌓는다

 

달성공원 귀경은

안에서보다 밖에서가

볼끼 더 많을 때가 많다

 

가짜약장사 아재씨들

뱀 구시리는 기랑,

이바구로 넉살대는 거,

원시이 재주 넘는 거,

지집아들 사발 돌리는 거,

꺼정 다 볼라카마

어북 작은 사까수나

진배 없다

 

거게다가 야바우꾼들

요술 부리는 거,

자칭 시민운동가들이

고함으로 열변을 토하는 거,

까정은 참 빌난 귀경꺼리다

 

어데 쉴만한 데로 갈라카마

팔공산 동화사, 동촌 유원지,

가창 냉천은 너무 멀고

화원 유원지, 목포 용연사

수성못 꺼정도 너무 멀다

 

바로 코앞에 있는 거 겉에서

대구 어데서나 시영市營뻐스만

훗딱 집어타마, 밥상 우에 숙까락

집어 드는 거맹쿠로 언제

어디서나 쉽게 갈 수 있는

우리네의 달성공원

 

대구시민의 "희망발전소 "인

달성공원은 지금도

힘차게 가동 중이다

 

 


 

 

상희구 시인 / 먼저 초입(初入)으로 들어가는 이야기

 

 

인자, 내일모레가 추석 밍절

그라고 보이끼네 인자,

추석 대목장도

빱빠린 단대목장이다

걸레 쪼가리 하나만 갖다 나도

강새이 한 마리만 올리다 나도

장이 선다는

추석 단대목장!

단대목이라 그런지

추석 대목장도

후끈 운짐이 달았다

 

 


 

 

상희구 시인 / 말쌈

 

 

미느리가 상추쌈을 묵을 때는

시에미 앞에서 눈을 뿔시고*

 

미느리가 말쌈을 묵을 때는

시할매 앞에서 눈을 뿔신다.

 

*눈을 뿔시다 뜻 ~ 눈을 부릅뜨다. 대개 쌈을 먹을 때는 쌈의 덩어리가 크기 때문에 입의 아구를 크게 벌려야 하니 손윗사람 앞에서도 점잖지 못하게 눈을 부릅뜨게 된다는 것인데 여기서 말쌈은 상추쌈보다 맛이 더 좋으니 시에미보다 한 단계 윗자리인 시할매 앞에서 눈을 부릅뜨게 된다는 것이다.

 

 


 

 

상희구 시인 / 란닝구

 

 

란닝구란 이 말 참 오랜만이다

원래 러닝셔츠란 외국어가 일본으로 건너갔다가

우리나라로 흘러들어온 듯한데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흘러내린 바지춤을 치켜 올리거나

뒤집어지거나 빠딱해진 란닝구의 어깨끈을 고쳐 주시느라

엄마 손이 많이 닳아서 그런지

몸빼니 네지마시니 하는 말들과는 달리

전연 왜색이 느껴지지 않았다

 

땟자국에 절고 해지고 닳아 어깨끈만 달랑 남았던 시절의

이 란닝구,

언젠가 엄마가 란닝구 한 벌을 사 오셨다

이 란닝구, 목으로 내려서 두 팔만 끼우면 될 것을

엄마는 공연히 무슨 큰 양복이라도 사 오신 양,

아래를 당겨 보기도 하고 어깨끈을 늘어뜨려 보기도 하시면서

"야아, 잘 맞구나!" "좋제?" 하시면서 이런저런 사설을 늘어놓으셨다

순간, 퍼뜩 나는 오늘도 저녁밥이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집 『大邱』 (2012. 5. 황금알)

 

 


 

 

상희구 시인 / 원효元曉

 

 

 신라시대의 걸출한 두 거인 김유신과 원효는 모두 팔공산과 인연이 깊다. 김유신에게 팔공산은 하늘에 국태민안國泰民安을 주청하는 기도 도량이자 앞으로 있을 무장武將으로서 갖추어야 할 주요 무술 수련장이었으며, 원효에게는 역시 불가의 대선사大禪師로서 갖추어야 할 기도 도량이자 한 위대한 철인哲人의 요긴한 사색 공간이었다. 원효는 신라의 압량주押梁州(현 경상북도 경산시)에서 내마奈麻였던 담날談捺의 아들로 태어났으며 할아버지는 잉피공仍皮工이다. 속성은 경주 설씨薛氏, 이름은 사례思禮였으며, 아명은 서당誓幢또는 신당新幢이었다. 모친이 해산하러 가는 길에 산기를 느끼고 밤나무 사이에서 출산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팔공산 비로봉 청운대 아래 자리한

오도암悟道庵은

팔공산 제일의 명당으로 알려진 절터이다

 

팔공산에서 진부암, 삼성암과 함께

삼고소사암三高所寺庵이다

이 절은 원효대사가 수도하여

오도悟道한 곳이다

그래서 절 이름을 오도암悟道庵이라 한다

 

오도암에 속한

수도修道석굴石窟인 서당굴誓幢窟은

원효가 6년간 수도해 깨달음을 얻었다는 곳으로

원효굴元曉窟이라고도 한다

서당誓幢은 원효의 다른 이름이다

원효보다 22년 연상인 김유신 장군도

젊은 시절 이곳에서 수도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신라 오악五嶽의 하나로

국가 차원에서 숭배해온 영산靈山팔공산,

이곳 팔공산 남동쪽 끝자락에

아름다운 비경을 품은

불굴사佛窟寺가 자리하고 있다

 

불굴사는 신라 신문왕 때 건립된

천년 고찰로 원효대사가 발심發心해

처음 정진한 곳으로 전해진다

 

불굴사를 더욱 유명하게 만든 것은

이곳이 원효대사가 발심해

처음으로 수행을 한 장소라는 것 외에,

신라 화랑들의 성지로

삼국통일의 주역 김유신 역시

이곳에서 수련을 한 곳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대구시지 제10집 완결판 시집 『팔공산』 2021

 

 


 

 

상희구 시인 / 시시마꿈과 전칠바꿈

 

 

장독 가새는 봉숭아

새미 가새는 쪽도리

도랑 가새는 여뀌

요론 꽃들은 요록쿰

지가 좋아하는 데서

시시마꿈 피고

이월에는 산수유

삼월에는 개나리 진달래

사월에는 영산홍

오월에는 철쭉

조론 꽃들은

조록쿰 철 따라서

전칠바꿈 피고

 

◆방언 설명

시시마꿈: 각자 따로따로

전칠바꿈: 돌아가며 차례차례

가새: 가 또는 옆

새미: 샘

쪽도리: 채송화

 

 


 

상희구 시인

1942년 대구에서 출생. 1987년 《문학정신》을 통해 등단. 시집 『발해기행』 『요하의 달』 『숟가락』 『大邱』 등. 1998년 한국시인협회 사무국장 역임. 현재 한국시인협회 심의위원으로 활동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