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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강길 시인 / 어떤 축복

by 파스칼바이런 2025. 12. 21.
이강길 시인 / 어떤 축복

이강길 시인 / 어떤 축복

 

 아마도 1990년 전후, 내 나이 30대 초반쯤 됐을 것이다. 서울○○예비군교육장으로 하루짜리 예비군 훈련을 갔을 때였다. 예비군 중대장이 휴대용 마이크를 들고 안내했다. 남은 훈련을 빼줄 테니 거시기 수술할 사람은 나오라는 것이었다. 그때 A가 손을 번쩍 들고 나가서 그것을 묶어버렸다. 그날 밤, 아내와 한 판 크게 붙었다고 한다. 지금 힘들다고 덜컥 일 저지르면 어떡하냐고, 순악질 여사는 고래고래 악을 썼다고 한다. 그로부터 오랜 세월이 흐른 후, 그때 같이 묶었던 B에게 뜻밖의 일이 터졌다. 허술하게 묶여진 그것이 풀렸던 모양이다. 나이 쉰을 넘은 나이에 늦둥이가 생겨버렸다. B는 인생 말년에 이런 축복이 다 있냐며 씩씩 웃고 다닌다. 불과 1세기도 되기 전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일이다. 가끔씩 그 늦둥이를 볼 때마다 세상사 참 모를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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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시인광장』 2025년 12월호 발표

 

 


 

이강길 시인

​1961년 전북 임실에서 출생. 2010년 문학광장 신인문학상 수상. 2020년 리토피아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 현재 전북작가회의 회원. 지평선시동인/. 시집『야생으로 돌아간 고양이』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