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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윤경예 시인 / 백 년 만에 날아간 웃음

by 파스칼바이런 2025. 12. 21.
윤경예 시인 / 백 년 만에 날아간 웃음

윤경예 시인 / 백 년 만에 날아간 웃음

 

기억은 멀수록 몰아붙이기 좋은 소리를 가졌다

 

날로 먹으면 눈물 날 일이 많은 유월이었다

어린것들은 낡은 배 위에서 노래하고

오랜 잠수를 위해 터뜨린 고막 속에

당신은 떠오른 모든 것을 그대로 두었다

 

깊고 어두운 곳에서만 빤짝이던 숨

문턱은 마음대로 넘지 못했다

 

달팽이관은 후진이 없는 무덤 같았다

빨아들이고만 있었으니 부딪지 않아도 멍이 들었다

침묵이란 지붕은 조용할 날이 없었다

 

숟가락질 몇 번에 열리는 귀문(鬼門)

이를 악문 돌관의 입술을 푼다

그때 외수없이 벌어진 생시같이

뽑힌 다음에 더 시퍼레지는 잔뿌리

여기 없으면 어딘가에 있는 육자배기였을까

 

남김없이 내어주고도 아직 남았다

못 잡아 본 낚싯대 옆에 묻어달라던 소리

백 년 만에 웃음이 터진 건 대숲이었을라나

파묘 자리,

저 대꽃 이야기가 휘어진 뜰채 같다

​​

-웹진 『시인광장』 2025년 12월호 발표

 

 


 

​윤경예 시인

전남 진도 출생. 2018년 제1회 남구만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 시집 『감출 때 가장 빛나는 흰빛처럼』(시작시인선, 2021) 출간. 여수해양문학상 목포문학상 등 수상. 2021년 문학 나눔 도서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