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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원 시인 / 월광 소나타
밤바다를 밟고 보름달이 떠 있었네 그 아래 꿇어앉아 그녀에게 청혼을 했네 그녀는 수평선에 손을 얹어 월광 소나타를 쳤네 바람과 바람은 물안개 속에서 미친 듯 서로를 탐했네 아, 그때 왜 꿈속에서 그 소리가 들렸을까 안돼, 안돼, 안돼, 돌아와....., 물결은 멀어지는 달빛에게 외쳤네 눈 깜짝할 새, 그녀는 물속에 잠겼네
김동원 시인 / 구계항
빈 가슴 구멍 난 가슴 별로 꿰매려 거던 누님요, 밤바다 보름 달빛이 기막힌 구계항 한 번 놀러 오이소 한마음 탁 접고 눈 한 번 질끈 감으면 이 세상 잘 난 놈 어디 이꼬 못난 놈 어디 있을라꼬 누님요, 세상만사 다 이자 뿌고 아침 햇덩이 한 번 품고 싶거 던 저 고래 떼 파도 위 타고 넘는 동해로 마카 오이소 미주구리 초고추장 듬뿍 찍어 소주 한 잔 허허 호호 소주 두 잔 우하하 호호홋 수평선 끌어안고 쭉쭉 들이키다 보면, 안 풀리는 거 어디 인능교 누님요, 천년만년 사능교 이 한밤 불콰하니 백사장 취해 누워 밀물도 좋고 썰물도 좋은 항구가 되입시더 눈 감으면 저승 눈 뜨면 이승 아잉교 묻지 마소, 묻지 마소 하늘 길 어디로 가는지 묻지 마이소 빈 가슴 구멍 난 가슴 밤바다 별로 꿰매려 거던, 시끌벅적 갈매기 울음 요란한 구계항 밤 등대 보러 마카마카 오이소, 누님요!
김동원 시인 / 태양 셰프
나는 우주에서 제일 어린 태양 셰프 황소별을 통째로 구워 메인 요리로 낼 거야 지구의 모든 어린 친구들 다 불러올려 달 위에서 콘서트를 열 거야 K팝 아이돌 형아들 초대해 힙합을 추게 하고 걸그룹 누나들 샛별과 댄스를 추게 할 거야 수천 대 인공위성은 녹여 피아노를 연주하게 하고 달빛 속에서 친구들과 손잡고 싸이 아저씨의 강남스타일 말춤을 출 거야 화성에겐 북극 오로라 빛을 섞은 달콤한 아이스크림 천 개쯤 만들어 오게 하고 물고기별과 고래별은 밤하늘 바닷속에 헤엄치게 할 거야 아! 그 새벽 만약 내가 오줌이 마려워 꿈만 깨지 않았다면, 나는 우주에서 제일 멋진 태양 셰프
김동원 시인 / 미완성
네 그렇게 올 줄 알았다 장미는 너를 베었고 그녀는 피를 묻었다 달빛에 젖은 건 기껏, 색(色)이었더냐 몸이 칼을 받는 구나 늑골에 물이 괴었다 또 귀(鬼)가 보이는 구나 쓸어버려라, 바람아! 네 그렇게 갈 줄 알았다 불길보다 더 빨리 타 올라 관(棺)을 덮으리라 어둠 속 손을 넣은 자(者), 오, 발목이 잘린 시여!
김동원 시인 / 이 시인 놈아
닥쳐요, 잊히면 좀 어때요. 진짜 시인이라면 구름에게 명령해요. 입금 좀 제때 하라고요. 집세가 없어요, 여보! 제발 노을에게 부탁이라도 해 봐요, 우리. 넷이서 밤마다 보름달만 뜯어먹을 순 없잖아요. 달무리라도 덮고 실컷 울고 싶어요. 당신이야 장미 년, 모란 년, 매화 년 끌어안고, 행간 속에 들어가면 그만이지만, 시인의 아내는 뭐예요. 그만, 그만, 내일 바람이 송금한다는 허황한 그딴 소린, 집어치워요. 제발! 빈말이라도, 돈 좀 줘 봐라, 이 시인 놈아!
김동원 시인 / 환상곡
우리는 푸른 바람에 손을 넣고 있었네 그는 시간을 잡는다고 했네 어디로 간 걸까, 그 얼굴들은 감쪽같이 어둠에 스며들었네 트럼펫을 불어라! 노을 지는 서쪽 바다에 서서 남자여, 미쳐버려라! 춤추고, 노래하고, 취하라, 여자여! 물 위에 꽃잎이 떨어지고 있었네 피아노에 칸나가 핀다고 했네 아무도 그를 보지 못했네 그 저녁 모두 어디론가 가고 있었네
김동원 시인 / 바람과 바람 사이 그녀가 서 있었네
물속에 든 노을은 꽃이었네 배를 타고 천상을 건너자고 약속했건만, 그녀는 먼저 흰 연꽃이 되었네 어둠 속에서 우리의 사랑은 잠들었네 바람과 바람 사이 그녀가 서 있었네 두 눈 속엔 눈물이 고여 흔들렸네 붉은 장미 속에서 숨을 거뒀을 때, 비가 되어 꼭 다시 온다고 말했네 천년을 지나서 그녀에게 가네 물속에 든 노을은 꽃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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