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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완 시인 / 그대라는 역사
머잖아 그, 대는 죽을 것이, 친구들 모임에 다녀온 다음 날 새벽일 수도 있겠, 집안에 좋은 일이 있, 는 날 저녁일 수도 있겠, 그대가 목욕탕에서 나왔을 때나 일, 요일 점심 후에 졸다가 깨서 휴, 대전화를 꺼내 문제매시지를 확, 인했을 때처럼 그대의 죽, 음도 짧게 전해지겠, ‘아무개 7일 별세, 9일 발인 000장례식장’
그대의 장, 례식장에 오려고 친구는 거울 앞에서 옷매무새를 보다가 숙, 연해지, 슬퍼지는게 싫어 웃, 어보이기도 할 것이, 그대의 장레식장에 와서는 친, 구들과 못적은 농을 하지나 그대의 역, 사를 펼쳐 얘기할 것이, 그대의 인생이 지루하건 흥미롭건 술, 한 잔을 들다가자신의 죽음을 생각하겠, 자기의 인생의 끝, 도 간소하게 문자 몇마디로 사, 람들에게 전해지리라 예, 상하며 아직 살아 마시지 못한 죽, 일놈을 떠 올릴지도 모르,
그, 대의 열정에 차마 침 뱉는 친, 구는 없을 테, 잘 가시, 돌아 가서 그놈, 그, 렇게 살더니 잘 죽, 었다고 시원해 하는 사람도 없을 테, 걱정말, 그대가 살기 위해 어, 쩔 수 없이 남들에게 선량 할 수 없, 었던 사정을 이야기 할 테, 그대의 삶, 의 곡절들도 몇마디로 단, 순하게 줄여질 테, 그대 잘 가시, 번잡한 그대 생은 가볍게 타, 서 말끔히 잊힐 것이,
조병완 시인 / 불균형 아이스 아메리카노, 핫 카페라떼, 파라솔 구름 숲길 피크닉매트, 바다를 보며 영화를 얘기했, 고양이와 개가 손을 잡으면 나나나나 너너너너 여배우가 무릎을 꿇고 손을 모았던가 미풍이 파라솔 안을 스치고 있었, 어떤 것도 못 꺼낼 말은 없었, 아픈 곳을 말리다가 모래처럼 잠들었, 왜 그랬어 어둑한 추궁, 뭐 어때서, 잘게 마른 소금기, 파도 소리를 마시고 자라를 업은 나, 바위를 품고 소라를 내민 너 그건 그래 맥주, 수다 침묵, 맥주 수다 침묵, 그렇지 술, 옆에 있던 네게 바로 말하지 않고 며칠 후 도착할 편지를 썼, 동에서 손잡고 서에서 사라지는 구름, 머문 곳을 기억하지 못할 바람이거나
조병완 시인 / 양말을 버리는 즐거움
룰루랄라 즐거이 양말을 버린다
걸어다닌 만큼 닳아진 양말 몸의 무게가 실린 만큼 얇아진 두께 뒤꿈치를 비치게 하고 발가락이 나올 구멍을 순순히 허락한다
세상과 만나면서 얇아지고 세상과 부대끼며 탄력이 빠진 양말은 낙관적이다
해진 양말을 쓰레기통에 던지면 훅 번지는 쾌감 양말은 나를 배반하지 않으므로 즐거이 양말을 버린다
조병완 시인 / 비 맞는 나무
한나무가 비를 맞고 서 있다 저만치 다른 나무도 비를 맞고 있다 우산을 쓴 사람들이 걸어간다 비 맞는 나무와 옆의 비 맞는 나무 사이로 간다 비는 무심히 내리고 우산을 쓴 사람들은 사라진다 중년의 한 남자가 나무 사이로 사라진다 늙은 부부가 천천히 나무 사이로 사라진다 젊은 남녀가 나무 사이로 사라진다 사람들은 모두 비를 맞는 나무 사이로 사라진다
비 맞는 왼쪽 나무에 물방울 꽃이 핀다 꽃은 반짝 빛나다가 이내 사라진다 꽃이 진 자리에 다시 꽃이 피어난다 비 맞는 오른쪽 나무에 물방울꽃이 핀다 꽃은 반짝 빛나다가 이내 사라진다 꽃이 진 자리에 다시 꽃이 피어난다
조병완 시인 / 비오는 날의 악수
투둑투둑 빗방울이 때리는 창문을 닫는다, 안으로 귀를 연다, 비에게 마음을 연다, 마음으로 전하고 비로 듣는 뜻, 어딘가로 떠나고 싶던 마음을 꺼내 헤아리는 시간, 시름을 행구고 귀를 씻는 시간, 홀로 여미는 마음의 옷깃, 떠난 사람도 이제 그립지 않을, 돌아가신 어머니가 두 손을 모으는,
수직 수직 내리꽂는 소낙비도 좋아, 끊어진 선분들이 휘청거리는 바람비도 좋아, 싸락 싸락 흩뿌리는 싸락비도 좋지, 이런 날엔 옹졸한 내 손을 호주머니에서 꺼내자, 내가 미워한 사람에게 악수를 청하자, 미워 한 나에게도 손을 내밀자, 내 안에 쏟아지던 비도 속도를 늦추고 숨을 고르는,
조병완 시인 / 아무것도 아닌 것들에게 1
폐업한 구멍가게의 찌그러진 양철문짝아, 붉은 구름을 타고 별을 따러 간다던 아이는 어디 갔니? 굴착기에 부서진 난간아, 빨래를 널고는 거기 서서 눈물을 훔치던 가정부 소녀가 있었니? 날카롭게 깨진 거울 조각아, 너를 들여다보며 핏기없이 웃던 깡마른 아저씨는 지금 어디 있니? 빈집을 지키던 개망초야, 낡은 트럭을 타고 와서 담배를 두어 대 피우고 간 거친 손을 너는 기억하니? 빗자루가 아닌 달개비야, 아무래도 괜찮아. 몽당빗자루가 되었던 지난밤 내 꿈을 말해줄까? 잊어버려 구겨진 종이컵아, 고작 몇 분 그렇게 누군가 너의 입술을 핥았을 뿐이잖니? 인생도 네 입술에 말라붙은 단맛이라고 말하고 싶니? 먼 곳의 이야기를 전해주던 바람아, 많은 것을 쫓다가 사람들은 그 귀한 설화들을 잊곤하지, 이제 들려다오. 빙하의 깊은 곳에서 잠들어 있는 이야기, 아니 맹인 사내가 죽을 때까지 그리워한 미인 이야기라도 좋아.
조병완 시인 / 아무것도 아닌 것들에게 2
물감 뚜껑아, 몸통 없이 혼자 남아 쓸쓸하니? 자유는 혼자 힘내서 스스로 취하는 일 아니겠니? 휘어진 나사야, 이제 힘줄 일이 없겠구나. 이 폭염에도 기다리는 일이 남은 건 다행 아니니? 도마뱀이 앉아 쉬어도 무심한 돌덩이야, 네게 뜨겁고도 유연한 때가 있었다지? 한때 굽힐 줄 몰랐던 나는 이제 빈 빨랫줄에 매달린 적막을 바라보는 느린 사람이 되었구나. 명아주야, 여기저기 솟았던 너를 못 견디고 뽑은건 오지 않을편지가 아직도 오지 않은 탓이야 분꽃잎사귀에 매달린 이슬방울아, 너는 누구의 가슴에서 반짝이던 물비늘이었니? 까마중 잎을 갉아 먹는 털복숭이 애벌레야, 네가 뚫은 작은 구멍으로 가을이 보이지 않니? 구름아 네게 무상을 물어 무얼 하겠니, 차라리 저 개복숭아나무 밑에 주춤거리는 영원을 붙들 수 있니? 머리 까만 곤줄박이야, 너는 왜 내 집까지 온거니? 쌀알을 줄게 노래해다오, 메마른 것들까지 촉촉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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