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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순 시인 / 한파
몸이 시리면 따뜻한 옷으로 감싸면 될지언정 마음이 시리면 무엇으로 감쌀까 정답을 찾지 못해 한참 망설이다가. 마음이 시린 명약을 찾았다 오직 사랑이 명약이다 이 값없는 보약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아무나 쓸 수 없다 한파를 이기는 명약은 사랑 사랑으로 이 한파를 이겨 보자
하영순 시인 / 고마운 곳
어느 가정이든 꼭 필요한 것이 뭐냐고 물으면 밥솥 다음은 화장실이다
밥솥은 먹어야 사니까 화장실이 없다면 세상이 어떨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손님이 집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찾는 곳이 화장실이다
그래서 예쁜 화병에 꽃 한 다발 꽂아 놓는 마음 생각하면 할수록 가장 고마운 곳
난 자고 나면 제일 먼저 문안 인사 가서 마음으로 시 한 편 쓴다
하영순 시인 / 눈 오는 날의 기도
지상의 허물을 덮어 주는 큰 사랑 앞에 내딛는 발걸음이 조심스러워 다가서지 못하고 바라만 봅니다
편견 없는 당신의 사랑이 가녀린 마음에 촉촉한 그리움으로 젖어 순백으로 사랑하게 하소서
허물일랑 묻어 버리고 하얗게 하얗게 티 없이 사랑하게 하소서
끝없이 펼쳐지는 당신의 뜻 하얀 눈길 위에
한 점. 부끄러움 없는 발자국을 남기게 하소서
하영순 시인 / 시인은
모든 대상이 임이라고 했다 꽃을 보고도 잡초를 보고도 이야기하고 정을 주고 사랑한다 말한다
사물의 이야기를 듣고 사물의 아픔을 알고 눈물 글썽이는 아름다운 마음의 소유자
그러면서 때로는 돌에도 투정을 부린다 내 헛발을 생각지 않고 하필 네가 거기 있어 나를 아프게 하느냐고 투덜투덜
시인의 특권이란 가난해도 마음은 풍성하게 잡음을 들어도 나쁜 소리 들어도 아름다운 새소리로 들을 줄 알아야 글쟁이 아닌 시인이랄 수 있다
그러면서 마음을 달랜다 나는!
하영순 시인 / 사랑도 도수가 맞아야
보시 중의 으뜸은 마음에서 우러 나는 사랑보시다 물질보다
흘러가는 물도 떠주면 공덕이라 했으니 갈증난 사람에게 한 잔의 물이 얼마나 소중한가
따뜻한 한마디 말로 시린 가슴 마사지하고 부드러운 눈길이 진정한 보시라면
언 땅은 햇살에 녹아 부드러운 우리 안에 노란 병아리를 보려니
그러나 햇볕도 도수가 맞지 않으면 핵으로 돌아오나니 돌다리도 지팡이로 두드려 볼지어다
하영순 시인 / 아침
고요에 물든 내 이마에
누군가 소리 없는 입맞춤
꿈인 듯 살며시 눈을 떠보니
새벽길 가다 들린 햇살
하영순 시인 / 함께 가는 즐거움
짬짬이 들여다 보는 네 얼굴 보면 볼수록 정감을 느낀다
슬프면 슬픈 대로 기쁘면 기쁜 대로 그대와 함께 걷는 길이 가을처럼 풍요롭다
허수아비도 가을 거지가 끝날 무렵이면 표정을 정리한다는데 솔바람도 잔잔한 쉼터에 앉아 자신의 표정을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이순
거울을 보듯 너를 보며 옷매무새를 다듬어 본다 부드럽게 포근하게
누구에게도 말 못하고 숨겨진 속내 귓전에 속삭이며 하소연하고픈 너
네가 있어 설레는 가슴으로 서녘 하늘을 바라볼 수 있어 더없이 찬란한 무지개 다리를 걷는다
아픔도 슬픔도 이제는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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